한국행정연구원이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어제 발표했는데, 기업체 종사자와 자영업자 가운데 54%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보편적 관행"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5-6월 기업체 종사자와 자영업자 각각 600명과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정부가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을 외치지만 기업체 직원과 자영업자들의 절반 이상은 공공부문의 뇌물수수 관행이 여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정부부문 부패실태 조사'는 공직사회의 부패 실태를 파악하고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2000년 이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공무원에 제공하는 '뒷돈'이 보편적 관행이라는 답변은 이 조사가 시작된 김대중 정부(2000-2001년) 때 65.6%로 가장 높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 56.5%까지 떨어졌다가 이명박 정부(57.8%) 때부터 다시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16개 행정분야 중 부정부패가 가장 심한 곳으로 법조 분야가 지목됐다는 것이다. 이어 건축·건설·공사, 세무, 경찰 등이 뒤따랐다. 공직비리 문제는 오히려 사정당국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전체 공무원 범죄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직군은 경찰, 법무부, 국세청 공무원 순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에 나선 지난 3월 초에는 서울 모 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 모 과장이, 같은 달 19일에는 감사원 감찰과 소속 서기관과 사무관이 성매매 혐의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공직 비리를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감사원 간부가 오히려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권력기관 비리부터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부패와의 전쟁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일탈행위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부기관과 지자체 징계위원회의 솜방망이 징계다. 징계가 무겁다며 소청하면 징계수위를 대폭 깎아주는 게 다반사다. 공직사회를 깨끗이 하려면 처벌이 엄격하고 단호해야 한다. 퇴출 규정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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