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정연구원의 '정부부문 부패실태 조사'는 공직사회의 부패 실태를 파악하고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2000년 이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공무원에 제공하는 '뒷돈'이 보편적 관행이라는 답변은 이 조사가 시작된 김대중 정부(2000-2001년) 때 65.6%로 가장 높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 56.5%까지 떨어졌다가 이명박 정부(57.8%) 때부터 다시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16개 행정분야 중 부정부패가 가장 심한 곳으로 법조 분야가 지목됐다는 것이다. 이어 건축·건설·공사, 세무, 경찰 등이 뒤따랐다. 공직비리 문제는 오히려 사정당국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전체 공무원 범죄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직군은 경찰, 법무부, 국세청 공무원 순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에 나선 지난 3월 초에는 서울 모 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 모 과장이, 같은 달 19일에는 감사원 감찰과 소속 서기관과 사무관이 성매매 혐의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공직 비리를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감사원 간부가 오히려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권력기관 비리부터 발본색원하지 않고는 부패와의 전쟁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세청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일탈행위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부기관과 지자체 징계위원회의 솜방망이 징계다. 징계가 무겁다며 소청하면 징계수위를 대폭 깎아주는 게 다반사다. 공직사회를 깨끗이 하려면 처벌이 엄격하고 단호해야 한다. 퇴출 규정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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