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심화 문닫는 곳 속출

출산율 저하로 지역 내 분만실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만실의 감소 현상은 병원들이 밀집해있는 둔산·유성권보다 보다 동구와 중구 등 원도심 지역에서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여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만실을 보유한 대전지역 산부인과 40개 중 전체의 35%인 14개가 서구에 몰려있다. 분만실을 갖춘 대전 지역 산부인과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1년 44개소에서 2012년에는 41개소로 줄었으며, 지난 3월 대덕구의 한 산부인과 분만실이 추가로 문을 닫으며 총 4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과거 의료의 중심지였던 중구의 산부인과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구는 2011년만 하더라도 산부인과가 12개 운영중이었는데 불과 3년만에 5곳이 폐업해 현재 7곳만 영업을 하고 있다. 동구와 대덕구도 현재 운영중인 산부인과는 각각 7곳, 8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구, 동구 등 원도심 지역의 산부인과 내 분만실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분만실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산부인과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대부분의 분만실은 평균적으로 상주하는 간호사 5-6명, 주방 인력 등이 필요해 월 평균 인건비만 700여 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줄어드는 환자와 함께 높은 유지비를 버티지 못한 병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분만실을 없앨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문제는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의 병원에 산모들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동구와 중구 등 원도심 지역의 중소규모 산부인과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점이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 쉬운 둔산동 일대의 대규모 산부인과를 산모들이 선호하며 원도심 지역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대전시 중구에 거주하는 박모(32)씨는 "가급적이면 시설이 좋은 곳에서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며 "좋은 산후조리원이 많은 곳으로 가야겠다 싶어 둔산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분만실을 없애고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진료과를 개설해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산부인과 진료는 하되 분만실은 없애고, 다른 과의 진료도 함께 해야만 병원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의 한 산부인과 원장은 "둔산동 일대 병원들은 분만실을 이용할 경우 산후조리원 할인 혜택 등을 준다. 원도심에 위치한 중소규모 산부인과들은 경쟁력에서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여성 1인당 분만실의 개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의 15세부터 49세까지 가임기 여성 10만 명 당 분만실 보유 산부인과의 개수는 2011년 10.7개소에서 올 3월 기준 9.7개소로 감소했다. 전희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