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임해리 지음·인문서원·308쪽·1만7000원

신사임당. 어머니가 생각나는 사람이다. 역사적으로 들춰봤을 때에도 한석봉의 어머니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어머니 상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자식들의 업적이 지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때문에 시대를 살아간 여자가 아닌 어머니로써 기억에 더 깊게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사임당은 16세기 당시 화가 `신씨`에 그쳤던 인물이지만 17세기 송시열이 율곡을 스승으로 숭상하면서 `성현의 어머니`가 됐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데올로기 주입의 일환으로 `군국의 어머니`로 둔갑하기도 했다. 한 때는 5만원권 화폐에 사임당의 얼굴을 올리는 것을 반발한 이들도 있었다. 21세기 사회에서 원치 않는 낡은 가치관의 상징이라는 이유에서다.

책은 사임당의 `진짜 이야기`를 그려냈다. 거꾸로 읽는 사임당 이야기기도 하다. 사임당은 곧 어머니라는 머릿 속의 공식을 다시 재해석하고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녀도 고사리손에 화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하고 싶던 소녀 시절이 있었다. 인간 `사임당`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사임당이이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여성의 리더 모델이라고 지칭한다. 5만원권에 얼굴을 올리는 것이 낡은 가치관이라 비판하던 이들에게도 `역사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강조한다. 사임당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이야기인 대성현 율곡의 어머니, 현모양처의 대명사, 포도 그림, 초충도의 대가 등 신화에 가려진 진실과 거짓을 하나씩 가려낸다. 특히 어머니의 역할, 현모양처의 대명사만 강조하던 왜곡된 이미지들은 불과 100년 전에 만들어진 왜곡된 이야기라는 것을 밝힌다.

책은 사임당이 살았던 조선초기의 풍경을 두루 훑는다. 여러 인물들이 남긴 문헌 사료를 분석해 삶과 행적을 재조명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타자일 수 밖에 없던 시대. 삼종지도, 일부종사 등 여성을 얽어맨 족쇄가 강력했던 닫힌 시대에 사임당은 당시의 여성으로써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감당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갈고 닦았는지 보여준다. 기존의 딱딱하고 뻔한 아동용 위인전이 아닌 교양역사서로 사임당을 표현한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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