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춘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

"자살은 개인 및 특수 계층의 사건이 아닌 예방이 가능한 공중보건적 문제입니다."

대전에서 하루에 한 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자살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특정한 개인의 일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이제 사회경제적 여건에 의해 누구든지 자살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차원의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대전에서 자살 예방 관련 사업을 도맡아 하는 곳이 바로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제춘 박사는 "자살을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의 자살을 방치한다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는 자본주의적 생각을 떠나 생명 존중 사상에 입각해서 그 사회의 직무 유기라고 볼 수 있다"며 "센터 또한 자살을 도덕적으로 나쁘다 옳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우울증, 도박중독과 같은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예방이 가능하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전국 자살률 및 자살 사망자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대전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는 총 363명이었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3.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13.2명에서 2011년 29.7명까지 증가하다 2012년 25.3명, 2013년 23.9명 등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치를 통해 대전도 자살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센터는 현재 기획·홍보팀, 정신건강증진팀, 자살예방위기관리팀 등 3팀으로 나뉘어 자살예방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과 함께 정신건강 전반에 걸친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해 정신건강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여 지역주민 누구나 쉽게 센터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해피바이러스` 홍보대사 활동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며 "걸그룹 EXID와 개그맨 이상민·이상호 형제, 히말라야 니레카봉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산악인 이상은 씨 등이 지난해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또 센터는 `대전시 정신건강증진사업 10대 아젠다`를 수립해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증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선정하고 그 과제를 이슈화해 공공의 관심을 촉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에는 기념행사를 통해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 일반 시민이 함께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으며 자살예방포럼을 개최해 각계 전문가 및 유관기관 종사자가 참여, 자살예방에 대한 지역사회차원의 연대의식을 고취하고 생명사랑·생명존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자살 예방사업의 경우는 크게 시·구별 정신건강증진센터 6곳이 24시간 진행하는 전화상담과 자살시도자 발생시 경찰, 소방본부, 정신건강센터가 출동하는 위기대응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 정신건강센터의 경우 자살예방사업 담당인력은 모두 4명에 불과하고 구 정신건강센터의 경우에는 1.5명에 그치고 있다. 부산이 10명, 광주가 8명의 담당인력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해 절반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유 센터장은 "이 같은 인력부족은 야간 위기상황 발생 시 상담사들이 경찰, 119 구급대원과 함께 출동할 수 없어 자살 시도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예산 또한 각 구별 5000만 원, 시 1억 원 등 총 3억 5000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청소년 자살이 증가하고 자살 사망자의 유가족도 제2의 잠재적 자살 시도자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사업을 위해 인력과 예산 충원이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대전지역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2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 노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센터가 최근 발간한 `대전시 노인자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대전지역 인구 10만 명 당 노인 인구 자살률은 59.8명이었다"며 "이는 전국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인천의 89.2명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자살률로 대전과 인구가 비슷한 광주가 49명인 것에 비하면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살률이 높은 것은 경제적인 소득상황과 질병의 악화 정도, 직업 유무 등 개인의 특수상황이 맞물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지자체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센터장은 자살을 보도 하는데 있어 언론의 역할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흔히 베르테르 효과라고 말하듯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적 인사들의 자살 보도가 나간 후에는 어김없이 모방 자살자들이 증가한다"며 "특히 언론에서는 자살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기사를 써야지 자살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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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생명 존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체험활동을 즐기는 모습(위쪽).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직원들이 정신건강의 날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아래쪽). 사진=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제공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생명 존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체험활동을 즐기는 모습(위쪽).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직원들이 정신건강의 날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아래쪽). 사진=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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