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해마다 5월이면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필자도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보니 해마다 학생들의 축하를 받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석 부를 때 보이지 않던 학생 몇이서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케이크에 초를 붙여 들고 들어왔다. 쑥스럽기 이를 데 없었지만 마음은 흐뭇했다.

대학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건축학과의 설계 강의는 한 학년마다 2개 정도의 스튜디오로 나뉘어 진행되며 한 스튜디오는 10명 내외의 학생들로 구성이 된다. 다른 학과보다 교수당 학생 수가 적은 편이지만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일일이 개별적 크리틱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한 학생당 20-30분만 잡아도 10명이면 5시간이다. 6-7명쯤 진행하면 진이 빠져 말할 기력조차 없어져 가끔 피자나 치킨을 시켜 학생들과 나눠먹고 원기를 회복한 뒤 수업을 계속 하기도 한다.

각자 선정한 대지에 다른 프로그램을 가지고 설계된 학생들의 계획안을 크리틱 하다 보면 나 자신도 많은 공부가 된다. 건축설계에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없다. 가끔은 건축 설계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말이다.

미술이나 음악처럼 순수예술도 아니고 그렇다고 철학도 아닌 여러 분야의 지식이 모두 필요한 것이 건축설계이다. 건축설계 교육은 강의나 크리틱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건축물 답사나 여행을 통해 도시와 건축공간을 몸으로 체험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건축물에는 설계자가 경험한 여러 감흥들이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눈으로 본 것 외에는 상상할 수 없다고들 한다. 결국은 자기 기억속의 단편들이 섞이어 다시 조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보고 느껴야 한다. 케이크를 나눠먹고 크리틱을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필자가 설계한 건물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건물을 한 바퀴 돌며 설계 의도와 건물에 쓰인 재료들에 대한 간단한 현장강의를 했다. 크리틱을 해주던 교수의 입장에서 크리틱을 받는 학생의 입장으로 바뀐 듯 긴장은 되었지만 강의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현장감은 학생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조한묵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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