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레오 가브리아제 감독 언프렌디드:친구삭

지난 2003년 개봉 이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아시아 호러영화의 새 장을 연 일본 공포영화가 있었다. 특유의 기괴한 음향과 함께 온 몸을 뒤튼 채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은 원혼들이 등장했던 영화 `주온`이다. 하지만 주온이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상의 공간에서 공포심을 느끼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특히 눈 앞의 공포로부터 피하기 위해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원혼 `가야코`가 등장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넘어 `배신감`까지 준 명장면으로 꼽힌다. 2013년 기대 이상의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한국 스릴러 영화 `숨박꼭질` 역시 친숙한 공간에서 느끼는 낯선 공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일상공간을 주무대로 스토리를 풀어간다면 영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는 젊은 세대에게는 현실세계의 집만큼이나 익숙한 공간인 SNS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 언프렌디드(Unfriended)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끊기`를 의미하는 언프렌드(Unfriend)의 수동형으로 친구목록에서 삭제됐다는 의미다.

영화는 로라 반스(헤더 소서맨)라는 여학생이 자살하는 동영상이 재생되며 시작된다. 로라는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지른 자신의 동영상이 익명으로 업로드된 이후 SNS를 통해 확산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리고 1년 뒤. 로라와 같은 학교를 다녔던 6명의 친구들은 화상 채팅을 하며 즐겁게 웃고 떠들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1년 전 죽은 로라의 아이디로 누군가가 채팅방에 로그인하며 깨지고 만다.

친구들은 정체불명의 인물을 강제로 퇴장시키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은 "누가 내 동영상을 유출 시켰는지 말해.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죽어"라고 경고한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영화 속의 젊은이들을 무차별 죽음의 파티로 이끄는 전형적인 슬래셔 장르의 영화다.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슬래셔 무비 속 살인마들은 불사에 가까운 신체능력을 밑천으로 칼이나 전기톱, 도끼 등 살인무기들을 사용해 살인을 반복했다면 이 영화 속 살인마는 절대 차단되지 않는 계정과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SNS 글, 유튜브 동영상 등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슬래셔 무비가 더 이상 관객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자 영화 속 살인마들도 IT시대에 맞게 진화한 셈이다.

전 세계적인 SNS 열풍과 함께 그로 인한 부작용이 대두되며 SNS의 어두운 뒷 모습을 다룬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화상 채팅이라는 소재를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만큼이나 파격적이고 새로운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는 그 동안 상업영화의 필수 요소로 여겨졌던 장면전환, 시간이동, 배경음악 등을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관객들은 82분간의 러닝타임동안 오로지 컴퓨터 화면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따라 간다. 과거 로라 발생했던 사건들 역시 플래시백이 아닌 인터넷 검색 장면을 통해 전달된다. 마우스 커서를 따라가면서 각종 채팅글과 동영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화면 구성은 관객들에게 실제 컴퓨터 화면을 보는 듯한 효과를 주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돕는다. 음향 효과 면에서도 마우스 클릭 소리와 컴퓨터 효과음 외에는 별도의 배경음악을 넣지 않아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영화가 인터넷에 익숙한 10대와 20대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인공들이 채팅과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스카이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열어놓고 정신 없이 활용하는 장면은 일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독특하고 신선하다. 영화는 이처럼 다양한 IT기기가 익숙한 젊은 관객이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형식의 공포 영화다. 하지만 SNS의 폐해와 친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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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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