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대전 둔산동 어명-조개찜·생우럭미역맑은탕

조개는 푸짐한 눈맛보다는 싱싱함으로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해감이 중요하다. 제 아무리 싱싱해도 해감이 제대로 안되면 입안이 꺼끌꺼끌거려 식감이 뚝 떨어진다.

언제부터인가 맹물만 넣고 쪄내도 맛있기만 한 조개가 화려한 퓨전(?)요리로 변신했다. 커다란 키조개 껍데기에 매콤한 양념을 버무린 조갯살을 올려놓고 굽지를 않나, 그것도 모자라 치즈를 듬뿍 올려 조개맛인 지, 치즈맛인 지 구별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양념맛이 배제된 조개만으로 맛을 낸 조개찜을 찾아 여러 군데의 조개전문점을 다니다가 우연하게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조그만 횟집에서 제대로 된 조개찜을 발견했다. 대전 오페라웨딩 맞은 편에 있는 어명(대표 이권로)에서다.

이 집 조개찜은 화려한 꾸밈새가 없다. 커다란 찜기에 백합, 대합, 웅피조개, 가리비, 참조개, 돌조개, 바지락, 동죽 등 열 두 세 가지의 조개와 굴, 소라 등 어패류가 푸짐하게 나온다. 새우 몇 마리는 웃기로 올려진다. 가끔 운이 좋으면 낙지 한 마리도 나온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먹어보면 다른 집 조개찜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짭쪼름한 맛, 감칠맛, 그리고 목넘김 때 느껴지는 단맛 까지 조개가 갖고 있는 세 가지 맛이 모두 혀 끝에 전해진다. 매일 새벽에 배달된 생물만으로 15분 정도 약불에 은근히 찐 탓인 지 속살이 탱글탱글 살아 있고, 육질도 상당히 부드럽다. 해감도 잘 돼 있다. 다른 집들은 해감을 빨리 하려고 이 것 저 것 넣는데 이 집은 조개가 갖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루 정도 담가둔다. 조개들이 자연스럽게 개흙을 뱉어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개찜을 주문하면 맛보기로 나오는 멍게도 일품이다. 육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돌멍게, 비단멍게가 나오는데 독특한 멍게향이 살아있다.

먹기 좋게 익은 조갯살을 빼먹은 뒤 뽀얗게 우러난 조개 국물에 칼국수나 라면사리를 넣어서 먹는 맛도 좋다. 이 때 주인장의 어머니가 한껏 솜씨를 발휘한 총각김치와 함께 곁들이면 맛이 배가 된다.

전날 술을 과하게 마셨다 싶으면 점심특선으로 나오는 생우럭미역맑은탕을 강력 추천한다.

파, 양파, 무, 다시마 등을 넣어 2-3시간동안 푹 우려낸 육수에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완도산 미역과 생우럭을 토막내 넣어 끓인 생우럭미역맑은탕은 속풀이에 딱이다. 생우럭의 고소함과 감칠맛, 미역의 시원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계속 `캬~`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주소:대전시 서구 둔산2동 11251번지(둔산서로 9) △전화번호:042-483-3927 △메뉴:조개찜(특대 9만원, 대 7만원, 중 5만원), 생우럭미역맑은탕(점심특선 1인분 1만원), 동해 문어 연포탕(1㎏ 8만원) △테이블:4인용 14개 △주차장:가게 앞에 3대정도 세울 수 있다. 이면도로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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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대합·참조개 등이 푸짐하게 나오는 조개찜(위쪽)과 점심 특선 생우럭미역맑은탕.
백합·대합·참조개 등이 푸짐하게 나오는 조개찜(위쪽)과 점심 특선 생우럭미역맑은탕.

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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