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고령화·삶의 질 저하 재정부족 등 해결 쉽지 않아 설익은 대책 난무 갈등 초래 국가·지자체의 '책임' 명심을 "

5월은 가정의 달이며, 5월 15일은 세계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에 우리가 접하게 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2013년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 삶의 만족도는 60.3%로 OCE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으며,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또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8.6%로 OECD 회원국 전체 빈곤율 13.7%보다 3.5배나 높은 수치이며, 홀로 사는 노인 가구의 빈곤율은 74.0%나 된다. 그리고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32.5%이며, 한부모가정의 빈곤율 역시 18.5%로 전체 평균보다 높다. 또한,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 가정폭력 발생 현황을 보면 2011년 6848건, 2012년 8762건, 2013년 1만6785건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노인 강력범죄율도 2년 새 40% 급증하였다. 이처럼 5월 가정의 달에 돌아보는 우리나라의 가정의 현실은 잔혹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과거에는 사회적 보호체계가 미흡해 개인의 문제를 가족중심의 보호 체계에 의해 주로 해결해 왔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오면서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개인과 가족의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사회적, 전지구적 상황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경향이 커지게 되면서 국가나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가정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정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라면 이는 개별 가정의 차원보다는 사회와 국가의 책임의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적어도 자연적인 현상을 넘어서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는 개인이나 가족 및 집단의 책임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전제 하에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실체적인 국가 책임 규정이 마련되지 않고 선언적인 성격의 조항이 대부분이어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가의 재정이 불안정해지면서 국가의 책임을 국민 개인이나 특정 집단 혹은 지자체에 그 부담을 떠넘기려고 하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가 책임 논란에 대한 예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문제를 들 수 있다. 소득대체율의 향상은 현재 연금수령자들에게는 환영할 일이지만, 연금보험료를 계속 납부해야 하는 20-40대에게는 연금보험료 증액에 따른 부담이 커서 부정적인 견해가 높아서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데 세대 간 갈등을 어느 특성 세대의 양보나 희생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여기에는 국가의 책임이 개입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법상으로는 제3조 2항에서 국가의 책임을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는 수준으로 국가의 책임이 조정자의 역할에 한정되고 있다. 국가는 연금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대책 마련의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고, 적정 수준의 연금지급율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명시하고 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연금가입자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조정으로만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는 인식을 바꾸어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家長)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전시가 대전형 복지비전을 위한 `대전시복지기준선`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통해 대전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방정부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계획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조례 제정과 더불어 실질적인 구현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속에서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가정 문제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는 재정부족만 핑계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손의성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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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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