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멋집 13 대전 괴정동 디 아로마

카페 내부 테이블.
카페 내부 테이블.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드는 계절이다. 길가의 가로수는 저마다 연두 빛 잎사귀를 내밀고, 내리쬐는 햇살이 불편하지 않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날씨다. 대화가 아니라 이야기가 하고 싶은 계절이다. 수다가 적당하겠다. 이왕이면 봄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오의 어느 정원이면 좋겠다. 문득 불어든 봄의 설렘을 홀로 간직하기 싫어서다. 경제, 정치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는 잠시 미루고 일상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다.

간절한 바람은 카페 `디 아로마(The Aroma, 서구 괴정동 10-13)`에서 이루어 졌다. 배주현(35·여)대표의 친근한 말솜씨 덕분이다. 브런치를 배우러 가는 날인데 취재 때문에 결석을 하게 됐다는 가벼운 농담은 그의 유쾌함을 대신했다. "지난해 회사를 나와서 카페를 차렸어요. 직장생활에 꽤나 지쳐있는 상태였거든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카페를 열게 됐어요. 원래는 파티전용룸을 만들고 싶었는데 카페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물론 파티도 줄곧 열고 있어요. 파티룸 이용을 원하는 손님들도 꽤나 있답니다.(웃음)"

디 아로마에 들어서면 녹빛의 정원이 넓게 펼쳐진다. 가운데로 솟아난 감나무도 인상 깊다. 그늘 아래 놓여 있는 나무 벤치는 여유를 간직했다. 옆으로는 야외 테라스를 마련했다. 아이들은 정원을 뛰논다. 봄기운이 가득하다. 손님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다. 얼마 전에는 이 곳에서 프리마켓을 열기도 했다.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다.

"평일에는 자녀를 둔 엄마들이 이 곳을 주로 찾아요. 주말에는 연인들이 자주 오시는 편이고요. 아이들도 정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어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같은 날씨에는 야외 테라스를 이용하시는 손님도 많고요. 저도 이 곳에서 정원을 제일 좋아해요. 지난 달에는 프리마켓도 열었어요."

디 아로마는 원래 한옥이었던 집을 개조했다. 깔끔한 흰색을 바탕으로 군데군데 갈색빛의 소품들이 눈에 띈다. 지붕은 기존 한옥의 기와를 그대로 살렸다. 본관에 들어섰다. 천장을 올려다 보니 대들보가 훤히 드러나 있다. 벽면에 걸린 솔방울 소품은 직접 산에서 주워 만들었다. 배 대표는 쑥쓰러운 말투로 `한국식 빈티지`라 표현했다. 창가에 걸린 커튼걸이에 눈길이 갔다.

"아 저거요? 정원에 있는 감나무 가지를 따서 만들었어요. 그럴싸하죠? 카페는 하나에서 열까지 셀프로 인테리어를 했어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함께요. 직원이란 표현보다 동료가 어울리겠네요. 악세서리를 만드는 친구, 학원 선생님 등 모두 본업이 있는 친구들인데 시간표를 짜서 일을 도와주고 있답니다. 모두가 일을 즐기는 편이에요. 저부터 그렇고요. 모두가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가능한 거 같아요"

본관 옆에는 낮은 높이의 별관도 위치해 있다. 파티룸 전용공간이다. 가끔씩 이 곳에서 파티가 열린다. 손님들은 일정의 참가비만 지불하면 파티에 참여할 수 있다. 카페의 컨셉처럼 약간의 와인과 담소를 곁들인 자유로운 파티다. 물론 시간만 맞는다면 개별적으로 대관신청도 가능하다. 대관료는 시간 당 3만원이다.

"요즘도 계속 브런치를 배우고 있어요. 워낙에 지루한 걸 싫어해서요. 새로운 메뉴도 내놓으면서 이 곳을 찾는 손님들도 매번 새로운 느낌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인테리어도 조금씩 바뀌겠지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봄날의 정취는 이야기를 끌어낸다. 바람의 향기에서, 그늘의 여유에서, 청록의 색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음의 담은 허물어진다. 소통의 조건이다. 디 아로마에서 머무른 잠깐의 시간도 그러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쉬고 있었다. 글·사진=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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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들보가 그대로 노출된 천장.
대들보가 그대로 노출된 천장.
‘디 아로마’ 본관 전경.
‘디 아로마’ 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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