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오늘로 총리공백 열흘째다. 후임 인선 작업이 여의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대통령은 총리 문제로 유독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보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강박 비슷한 감정이 없지 않을 터이다. 아닌가 아니라 청문회 이전 단계이든, 총리직 수행중이든 또 다시 낙마하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끔찍하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허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선 과정에 애로가 많고 적임자 물색이 녹록지 않아도 뚜껑을 열어 보여야 한다. 총리는 헌법적 지위를 갖는 행정부 2 인자 자리다. 총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다.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선 그의 직무행위가 법적, 제도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 현실에서 총리 부재 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전임자가 떠난 마당에 후임 총리를 임명해 직무를 승계토록 하는 일이 늦어져 이로울 것은 없다.

결국 최종적으로 누구를 낙점할 것이냐가 문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으니 또 문제다. 총리 자질론, 자격론을 논할 것 같으면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을 참고하는 것으로도 족하다. 또 전임 총리그룹이나 명망가들의 입을 빌리면 완벽한 총리 상은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답을 몰라서 라기보다 비록 `정답`일지라도 여론의 검증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변고가 터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이 고충이다. 여섯 번째 총리감을 고르고 있는 대통령이 더 절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후임 총리에 관한 한 어쩌면 대통령 의중에 단수후보가 입력돼 있을 수도 있다. 재보선 이후 정치권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차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에다 국민연금 인상 논란까지 번져 숨을 고르는 단계일 수 있다. 또 국회청문회 절차를 밟기 위해선 5월 국회가 열려야 하는 만큼 여야 정치권 일정을 살펴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후임 총리는 대략 압축돼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완구 전 총리 하차가 일찍이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에 후임자에 대한 실무 인선작업을 진행한지는 아마도 꽤 오래됐을 것이다. 최종 발표를 유보하고 있다면 후임총리상에 대해 여전히 뭔가를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총리인선의 위중함을 생각할 때 대통령의 결심을 흔들리게 하는 요소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복수의 후보를 놓고 마음이 오락가락 할 수도 있고, 대통령의 판단과 인사참모진과의 미시적인 시각차로 인해 좀더 숙의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복잡해 보이고 까다로운 사안일수록 단순 명쾌하게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너무 생각이 깊으면 자기선택지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키는 수가 있다. 총리 후보로서 국회 청문회에서 책 잡히거나 흠 될 부분이 없다면 결심하는 것이다. 웬만한 인사는 청와대 인재 풀에 다 들어있을 것이므로 시간을 늦춘다고 다른 대안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후임 총리 인선에 관한한 괜한 참견 같지만 직전 총리 낙마 사태에서 어떤 힌트를 찾아 봤으면 한다. 특별히 적시하자면 이 전 총리의 출신지역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한 정권에서 총리의 출신지나 연고지는 묘한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충청 정서에서는 특히 두러지는 측면이 있다. 이는 줄곧 총리직이 충청 출신 인사가 도달할 수 있는 공직 최대치였다는 지역 차원의 `자기 규정`과 맥을 같이해왔다 할 수 있다. 물론 한편으론 충청대망론이다 해서 정치권력에 대한 지향을 숨기지 않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지형이 고착화되는 한 지난한 과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마찬가지 논리로 호남총리론도 거론될 수 있다. 또 이번엔 대통령이 그런 방향으로 결론을 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모르긴 해도 호남 출신 총리가 호남정서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메시지와 충청에서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충청은 정파적 색깔이 비교적 엷은 지역이자 정치적 완충지대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청총리론은 비교우위에 있다 할 수 있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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