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직원 무료입장 등…혈세낭비 빈축

대전예술의전당이 가정의 달에 불륜 내용이 담긴 음악극을 하면서 초등학생을 입장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또 공연 당일에는 메조소프라노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하면 무대세트 용역업체 인력을 빈 좌석에 무료 입장시키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자 대전예당 관장은 직원을 문책하고, 사과와 함께 다른 공연 초청 등으로 대응했지만, 공연을 관람한 일부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전예당은 지난 4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고뇌를 담은 독일 음악극 `말러 마니아`를 무대에 올렸다. 연기, 무용, 성악, 16인조 오케스트라가 한데 어우러져 말러의 삶과 음악을 표현해야 했지만, 이날 공연은 처음 부터 삐꺽거렸다. 메조소프라노를 맡은 배우는 성대결절로 노래를 부르지 못했고, 공연 내용도 어린이날을 앞둔 초등학생이 관람하기에 적절치 못했다.

불륜을 저지른 두 남녀 배우가 서로의 몸을 더듬거나, 속옷만 입은 배우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장면 등이 공연 중간부터 이어지자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공연 도중 무대 밖을 나가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말러의 아내가 바람을 피고, 젊은 청년과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 어떻게 가정의 달에, 그것도 초등학생 관람가일 수 있냐"며 "이정도면 대전 예당의 기획력과 홍보, 마케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대전예당은 이 공연을 하기 위해 8000만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이날 유료 관객수는 370명에 불과했다. 이 중 30%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단체관람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전시민의 세금으로 남 좋은 일만 한 셈이다. 대전시민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기획력 부재가 결국 대전시민의 세금만 축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빈 자리를 매우기 위해 무대세트 용역업체 50여명도 동원됐다. `대전예술의 전당 관리, 운영조례`에 따르면 용역업체 인력을 무료 입장시킬 법적 근거가 없지만, 예당 스스로 조례를 어긴 것이다.

홍보 마케팅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전 리허설을 통해 공연 내용이 부적절했다면 초등학생들의 입장을 자제시켜야 했지만, 급하게 티켓 판매에만 신경을 쓰면서 총체적인 난국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문화계 종사자들은 직원들간 불협화음과 무너진 직원들의 팀워크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만큼 강도높은 조직개편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오병권 관장은 "가정의 달에 맞지 않은 공연과 내용, 배우가 노래를 부르지 못한 점 모두 시민들에게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문책을 단행하고, 말러 공연으로 불편을 느낀 관객들에게는 다음공연을 초청함과 동시에 조직개편 등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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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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