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약간 더 내고 약간 덜 받는' 식의 숫자 조정에 불과해 개혁안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핵심은 공무원이 부담하는 현행 7.0%의 기여율(보험료율)을 2020년까지 9.0%로 올리고, 현재 1.9%의 지급률은 2035년까지 1.7%로 낮춘다는 것이다. 20년간 0.2%포인트 인하하는 것이다.

'더 내는' 것은 5년에 걸쳐, '덜 받는' 것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여율과 지급률을 일괄적으로 조정할 경우 추가로 약 30조 원 안팎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내년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 3조 7000억 원도 크게 줄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지 않으려면 기여율은 10%, 지급률은 1.65%가 돼야 한다.

여야가 공적연금 강화를 명분으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까지 인상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걷거나 세금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1차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형평성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은 이번 합의안에서 언급조차 안 됐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것은 막중한 국가재정 부담을 덜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의 여야 합의안대로라면 기존 퇴직자나 50대 현직 공무원들은 개혁안이 적용돼도 당초 연금제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내년 총선거를 의식한 여야가 공무원의 '기득권 지키기'에 굴복해 용두사미 개혁안을 내놓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한다. 졸속 개혁안으로 형편이 훨씬 나은 공무원의 노후를 경제난에 쪼들려 생활하는 서민들이 책임지는 상황도 바뀌지 않게 됐다. 여야가 국가재정의 파탄을 막고 국민연금과의 격차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단지 '합의'라는 의미만 부각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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