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대금 받아 도박자금으로 활용

최근 이른바 `중고나라론`, `작업대출론` 등 대출을 빙자한 인터넷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7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대출을 뜻하는 영어 단어 `론(loan)`을 붙인 수십여 가지의 사기 방법 게시물이 다수 등록돼 있었다. 언뜻 보면 일반 대출 같지만 대부분 돈만 가로채는 사기 수법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론은 `중고나라론`으로 중고거래 카페에 매물을 올리고 돈만 가로채는 수법이다. 가로챈 돈은 대부분 50%의 확률로 배팅 금액의 2배를 따거나 전부를 잃는 `사다리` 도박에 사용된다. 돈을 딸 경우 거래자에게 환불을 해주고 차액을 가지며, 잃었을 경우에는 또 다시 중고 매물을 올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가로챈다. 돈을 보낸 피해자가 물건을 독촉할 경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물품 배송을 최대한 지연시킨다. 만일 피해자가 참지못하고 욕설 등을 할 경우에는 물건을 바로 배송시킨 후 욕설 사실을 꼬투리 잡아 모욕 등으로 고소한 뒤 합의금을 받는다.

또 다른 수법은 문서를 조작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작업대출론`이다. 작업대출론은 재직증명서, 통장, 4대 보험 등의 문서를 조작해 사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빌린 돈 중 일정 금액은 문서를 위조하는 브로커에게 떼어주며 중고나라론처럼 도박을 통해 빌린 금액을 갚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절판된 인기 서적인 `무소유`를 도서관에서 빌려 비싼 가격에 중고 거래를 하고, 다시 도서관에 책의 원가만 돌려주는 `무소유 론` 등의 수법도 활개를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론 범죄가 인터넷 상에서 순식간에 퍼지며 법망을 피해나가는 방법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본인이 가진 진짜 물건을 올려야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물건 1개를 2명 이상에게 판매한다고 하면 사기`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고 범행 수법을 자세하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범행 후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 있다면 잠재적 범죄자들이 쉽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훈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터넷 사기같은 지능범죄는 경찰 수사기법에 대한 지식이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된다"며 "범행을 저질러도 잡히지 않는 방법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면 잠재적 범죄자들이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론 범죄가 쉽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만약을 위해 직거래나 안전거래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사기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를 하는 것"이라며 "경찰청 사이버 캅 앱을 이용해 상대방 전화번호와 계좌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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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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