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박물관 "적법절차 구입" 현충사 "종가 소유 반환해야" 시민들 "탄신일 앞두고 유감"

 국립해양박물관에 보관중인 장계별책. 책의 제목은 '충민공계초'로 돼 있다. 사진=현충사관리소 제공
국립해양박물관에 보관중인 장계별책. 책의 제목은 '충민공계초'로 돼 있다. 사진=현충사관리소 제공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일(4월 28일)을 앞두고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소재가 확인된 이충무공 유물 책 한 권을 놓고 정부 기관 간의 소유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본보 24일자 7면 보도>

26일 현충사관리소와 국립해양박물관에 따르면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된 `충민공계초`(忠愍公啓草)를 분석한 결과 그간 분실 상태로 알려진 장계 별책이 바로 충민공계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소유권 분쟁의 발단이 됐다. 특히 이 보물급 유물이 장물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기관이 장물임을 알고 취득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광역시에 소재한 국립해양박물관은 26일 지난 2013년 4월 충무공 이순신 관련 유물인 `장계(狀啓) 별책`인 `충민공계초`를 천안의 한 문화재 매매상으로부터 공개 구매했다고 밝혔다. 해양박물관 측은 구입 뒤 6개월 간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보관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이 책의 구매가격에 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이 책이 그동안 덕수이씨 충무공 종가에 전해지던 장계 별책이라는 것이 확인된 뒤 덕수이씨 충무공 종가 측이 반환할 것을 요구하며 소유권 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현충사관리소는 이 책의 원 소유자인 충무공 종가의 요청에 따라 충무공 유물이 한데 모여져 있는 현충사로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립해양박물관 측에 촉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인 국립해양박물관 측과 문화재청 소속인 현충사관리소 간의 반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충사관리소 측은 원 소유자인 종가 소유의 유물로 확인된 만큼 종가 품으로 돌려줘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현충사 측이 종가 유물이었다고 주장하는 `장계 별책`이 이번에 발견된 책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는 비약이라고 주장하며 반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이 책의 표지 제목이 `충민공계초`로 돼 있어 다른 말로 오역(誤譯)될 수 없는 것으로, 종가 소유로 내려오던 `장계별책`으로 볼 수만도 없다"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현충사 측은 "장계 초본(장계 별책의 다른 표현)임이 틀림없다는 점이 확인된 데다, 임진장초(국보 76호)와는 별도이기 때문에 `장계 초본` 또는 `장계 별책`이라고 편의상 사용한 것일 뿐이지, 실제 `충민공계초`와 동일한 것"이라며 "박물관 측이 반환을 하지 않으려는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임진장초는 충무공이 1592년 4월 1일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재임 시로부터 1594년 정월 10일까지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할 당시까지 군무를 보고한 장계로, 장계 별책은 이순신 사후인 1662년에 만든 필사본(68편 수록)이다.

분실 시점을 두고 두 기관 간의 차이를 보인다. 분실 시점에 대해 현충사관리소 측은 "1969년 종가 유물 목록에 표기(당시 현충사 유물전시품목 자료)돼 있었던 만큼 종가에서 보관해 오다 그 이후에 분실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 해양박물관 측은 "1920년 일제가 이 책을 촬영한 뒤 총독부에서 가져가다 잃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박물관 측은 아주 오래전 종가에서 분실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으며 지금의 소유가 종가라고 보기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분실 시점이 오래됐다면 박물관 측에 유리할 수 있으나 최근이라면 불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물의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현충사 측은 "종가에서 수백 년을 보관해 오다 분실된 것이기 때문에 장물임에 틀림없다"며 "박물관 측의 선의의 취득이지 장물이 아니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에 따라 원 소유자인 종가에 돌려줘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물관 측은 "도난 유물은 문화재청에 신고돼 있는데 도난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구입한 것"이며 "적법절차에 따라 구입한 것으로 장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해양 박물관 관계자는 "이충무공 유물이 꼭 현충사에 모셔져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상적 방법으로 취득한 것인 만큼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충사 관계자는 "선의 취득에 대해 유물을 매입하거나 임대 받는 방법, 또는 그에 상응하는 이충무공 유물의 복제품 제공 등 보상을 해줄 용의가 있다"며 "만일 반환하지 않을 경우는 해양수산부와 국무총리 등에 요청하고, 최후에는 법적 소송을 해서라도 반드시 돌려 받겠다"고 강조했다.

이순신장군 탄신일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 기관 간의 충무공 유물 소유권 분쟁에 대해 시민 오은정(41·아산시 풍기동)씨는 "나라가 힘들고 더구나 탄신일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순신 장군 유물 `장계(狀啓) 별책`의 소재 확인과 함께 1969년 이후 이충무공 종가에서 보관하다 함께 분실된 것으로 보이는 감결(甘結)과 우의정증직교지 등 3점을 찾는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찬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찬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