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11 대전 유천동 연아식당-황태찜

대전 중구 유천동에 위치한 연아식당(대표 김민석)에서 황태찜을 먹기 전에는 황태로 만든 음식에는 젓가락이 거의 가지 않았다. 다른 생선에 비해 감칠맛도 없고, 살도 퍽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말쯤 한 지인과 함께 연아식당에 가서 황태찜을 먹은 뒤 '황태찜=연아식당'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난 이 집만 가면 황태찜과 달걀찜만으로 밥 한공기를 후딱 비운다. 다른 반찬은 손도 대지 않는다. 그리고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를 꼭 외친다.

손맛이 뛰어난 주인 아주머니를 대신해 수년 전부터 아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 맛이 변했을까봐 며칠 전 몰래(?) 가서 맛을 본 뒤 맛집으로 소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매우면서도 칼칼하고, 뒷맛은 감칠맛이 나는 황태찜이 여전히 손님상에 올랐다. 뭐든 맛있게 만들려면 재료가 좋아야 하는 법. 이 집 황태는 강원도산 최고급 황태만을 사용한다. 크기는 대략 30-40cm정도이며 살이 많은 황태를 선호한다. 이 집은 완전히 딱딱하게 말린 황태가 아닌 90%정도만 말린 황태만을 고집한다. 그래야만 살이 푸석푸석하지 않고 요리를 했을 때 적당한 식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황태찜에 들어가는 양념장도 과하지 않다. 담백한 황태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고춧가루에다 마늘, 간장, 그리고 약간의 고추장 정도만 넣는다. 양념장에 재워둔 황태는 매일 필요한 양만큼만 준비한다. 이 집 황태찜은 국물이 자작하다. 주문과 동시에 양념이 잘 밴 황태에 물을 약간 부어 졸인다. 황태 살에 양념이 잘 배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황태살에서 우러난 육수가 국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 집 황태찜을 맛있게 먹으려면 앞접시에 밥 한 숟가락에다가 국물과 황태살을 놓고 같이 비벼 먹으면 된다. 첫 맛은 맵다. 마늘이 들어간 고춧가루 양념에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탓이다. 그런데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과 담백한 맛이 뒤따라 온다. 매운 맛 때문에 어느새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속이 부담스러운 매운 맛은 아니다. 전날 술이라도 마셨다면 해장하기 딱 좋은 매운맛이다. 뒷맛을 깊게 음미하면 칼칼한 맛과 함께 단맛도 입안에 전해진다.

이 집 황태찜이 더욱 유명한 이유는 매운 황태찜과 함께 곁들여 먹는 달걀찜 때문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달걀찜 중 단연 최고다. 뚝배기에 나오는 달걀찜을 보고 있노라면 "어쩜 저렇게 먹음직스럽게 만들 수 있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운데가 고봉처럼 솟아오른 달걀찜은 마치 스펀지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다. 달걀 비린내도 나지 않고 고소한 맛만 남아 있다. 황태찜으로 비빈 밥 한 수저를 듬뿍 먹고 달걀찜을 푹 떠 먹으면 다른 반찬이 왜 필요 없다고 얘기했는 지 알게 될 것이다.

△주소:대전시 중구 유천2동 212-2(유천로 57-9) △전화번호:042(583)8956 △메뉴:황태찜·황태탕(9000원 1인분), 홍어탕(3만원·中), 달걀찜 1000원(추가시) △영업시간:오전11시-오후10시(첫째, 셋째주 일요일 휴업) △테이블:4인용 17개 △주차장:공용주차장 무료주차 가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경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