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장교 신분인 군의관들이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했다고 한다. 현역군인이거나 군복무 경험이 있는 예비역들에게는 좀체 믿기 힘든, 경악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의관이 비록 전투부대 지휘관은 아니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군의 장교이다. 이런 군의관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한 게 사실이라면 지금 국군의 군기가 대체 얼마나 해이해졌다는 말인가.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경위는 이렇다. 지난 2월 경기도 북부에 있는 한 국군병원이 실시한 혹한기 훈련에서 참가 대상 군의관 60여 명 중 20명이 무단으로 훈련을 받지 않고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무려 3분의 1이 훈련을 거부한 셈이다. 이런데도 두 차례 감찰을 거쳐 국군의무사령부가 내린 처벌은 견책에 불과하다. 명백한 명령 불복종에 항명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도 그저 시말서 한장 받고 넘어간 셈이다. 이래서야 장교들의 기강이 서겠나.

군기가 빠져도 한참 빠진 이들 군의관의 집단행동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44조 1항을 위반한 것이다. 전시였다면 즉결처분해도 달리 할말이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도 견책으로 끝내고 말았다는 건 후배 군의관, 다른 장교들에게 같은 행동을 해도 엄중한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이달 말 전역 예정이었다는 해명은 말이 안 된다. 전역증을 받고 위병소 문을 나서기 전까지는 명백한 현역군인이다.

후배 간호장교를 성추행해 구속된 군의관이 나오더니 이제는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하는 지경까지 갔다. 이런 군의관들이라면 적군의 공격에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어찌 하겠나. 방산비리에, 성범죄에, 훈련 거부에, 한마디로 장교들의 군기가 엉망진창이다.

이런 장교들을 믿고 국민들은 이 땅에서 안심하고 살아도 되는 건가 의구심이 든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첨단무기만 잔뜩 사놓으면 저절로 나라가 지켜지나. 국방부는 국민들이 납득하고 믿을 수 있는 조치를 하루빨리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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