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가 위상 격하 우려 현안사업 암초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21일 서울-세종 청사 간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세종청사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세종청사 국무회의장의 총리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21일 서울-세종 청사 간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세종청사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세종청사 국무회의장의 총리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국무총리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충청권이 `태풍전야`다.

지역 정가는 숨을 죽인 채 충청권 대망론 타격, 세력구도 재편 등 거센 후폭풍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치권 외에도 세종시 등 각종 현안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인해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지역 정치권이다.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 이후 충청 정가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이 총리의 불명예 퇴진은 개인의 정치적 리더십뿐만 아니라 충청 정가 전체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중앙 정치권과 타 지역 정가에선 성완종 리스트로 시작된 이번 파문이 이 총리 낙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충청권을 안쓰러워하거나 심지어 비아냥거리는 시선도 적지 않다는 게 지역 정치인들의 중론이다. 특히 충청권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여기는가 하면, 충청에 대한 정치적 무게감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뒷담화까지 흘러나온다는 것.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무엇보다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이 격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여야 구분 없이 이번 사태로 인해 충청권 전체가 입게 될 유무형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막막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충청지역 여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인 형국이다. 이 총리가 `포스트 JP`를 자처하며 사실상 보수 성향 정치권의 구심점 역할을 도모해왔던 만큼 조만간 세력 구도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총리의 위상을 대신할 만큼의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는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세를 결집해 충청권 전체의 승리를 견인할 인물이 부각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인한 파장은 `충청 대망론`에도 일정부분 타격을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천타천 충청권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던 이 총리의 낙마는 다른 충청권 대선 주자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 총리 사의 표명의 직접적 원인이 같은 충청 출신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로 촉발됐다는 점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는 상황이다.

지역 일각에선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무결(無缺)하다는 것을 전제로 충청지역 정당 탄생의 불씨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총리의 총리직 사의 표명이 영·호남 패권정치의 희생양으로 비칠 수 있고, 이 같은 기류가 충청지역의 세를 결집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성공 건설 등 지역 현안 해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정 2인자인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부처 이전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와 함께 옛 충남도청 이전 부지 활용, 충청권 광역철도망 건설, 원도심 활성화 등 다양한 충청권 현안의 빠른 해결을 위해선 이 총리 정도의 역량을 가진 인사의 `지원사격`이 절실했다는 점 역시 충청권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치인 출신으로 충청지역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총리가 됐던 이 총리가 직에서 물러나며 정치권은 물론, 지역 전반에 적잖은 후폭풍과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충청지역 여권의 경우 당장 이 총리를 대신할 인사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인사는 "어찌 보면 성완종 리스트, 이 총리 사의 모두 충청권 소외를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소재로 볼 수도 있다"며 "이번 파문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는 모르겠으나,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충청 민심을 요동치게 만드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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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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