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이트 - 슈바인스학세

8년전 `백조의 성`으로 유명한 독일 바이에른주 퓌센에 위치한 노이슈반슈테인성을 관광한 뒤 내려오다가 한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로 말하자면 돼지족발인데 겉 껍질은 바삭하고, 속 살은 부드러운 게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특히 양배추를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와 독일맥주를 곁들여 먹으니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도 없어 커다란 슈바인스학세를 몽땅 먹어치웠다.

슈바인스학세는 바이에른 지방의 전통요리이다. 독일어로 슈바인(schwein)은 돼지를, 학세(haxe)는 돼지의 발목 윗부분을 뜻한다. 우리네 족발은 발목 아랫부분을 사용하는 반면 슈바인스학세는 발목 윗부분을 사용하는 게 다르다. 슈바인스학세는 물과 맥주를 반반 섞어 푹 삶아 오븐에서 2차로 구워낸 뒤 뜨거워진 학세에 차가운 맥주를 부어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만든다.

이번 남해여행 중 방문한 독일마을에서 정통 독일식 슈바인스학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내 예상대로 독일마을에 있는 바이로이트(Bayreuth)라는 레스토랑 메뉴판에 슈바인스 학세가 보였다. 1접시에 4만원.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슈바인스학세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저없이 주문했다.

20분을 기다린 뒤 나온 슈바인스학세를 보고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일에서 먹었던 슈바인스학세라기 보다는 한국화된 학세의 느낌이 강했다. 정통 독일식은 플레이트에 사우어크라우트를 깔고 그 위에 학세와 구운 감자만 나오는데 이 곳 슈바인스학세는 뜨겁게 달궈진 플레이트에 슈바인스학세와 구운 파인애플, 구운 감자, 바게트, 구운 그린빈(Green bean) 등이 푸짐하게 나왔다. 모양새는 확실히 보기 좋았다. 맛을 보니 정통 독일식에 비해 짠맛이 덜해 먹기에 편했다. 겉 껍질은 바삭하고, 속 살의 맛은 부드러움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사우어크라우트를 소스처럼 곁들여 먹게끔 소량만 나오는 게 아쉬웠다. 사우어크라우트도 새콤한 맛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정통 독일식 슈바인스학세와는 다른 모양새이지만 비교적 정통 바이에른식 슈바인스학세에 가까운 맛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해여행 길에 독일마을에 들러 독일맥주와 함께 슈바인스학세를 맛보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우리로 말하면 돈가스와 비슷한 슈니첼(Schnitzel. 1접시 2만5000원)도 맛볼 수 있다.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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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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