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에 신사 입구 본뜬 선술집 문 열어

대전 중구 대흥동 중교로서 영업중인  선술집 외관. 일본 신사 입구와 흡사하다.  이호진 기자
대전 중구 대흥동 중교로서 영업중인 선술집 외관. 일본 신사 입구와 흡사하다. 이호진 기자
대전 한복판에 일본 신사의 입구를 본 딴 선술집이 들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전 중구 대흥동 중교로에 일본 신사를 모티브로 건축된 일본식 선술집이 이달 초 문을 열고 영업중이다. 해당 선술집 내부는 한국식 암자를 본따 격자무늬 천장과 소품들로 인테리어 됐지만 외관은 일본 신사의 입구와 흡사하다.

해당 선술집 주인인 A씨는 "신사를 모티브로 지어진 것이 맞다"며 "입구라는 의미와 일본식 선술집이라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신사의 입구에 배치하는 도리를 본땄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는 한국 정서에 맞춰 인테리어 됐다"며 "일본의 신사는 우리나라의 절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해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신사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말살정책의 상징이기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 신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선술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허송 충남대 역사학과 교수는 "신사가 일본의 고유한 문화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점을 고려하면 신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다"며 "욱일기가 일본 내부에서 갖는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전범기이며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인 것처럼 신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문화 전문가들은 일본의 신사는 일본의 토속신앙의 상징으로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역사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황회 한밭대 일본어과 교수는 "신사가 우리나라에서 반감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스쿠니 신사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일본의 신사 자체의 의미는 농사의 풍요와 건강 등을 기원하는 공간"이라며 "신사를 모티브로 한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강철구 배재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이 문제는 우리나라 어린 세대들과 어른세대들이 토론해 볼 수 있는 사회현상으로 보인다"며 "전후세대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일본 문화에 개방적인 자세로 다가갈 것인지 아니면 신사가 갖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겨 배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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