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능력 부족한데 관련 법 비장애인 위주

 19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장애인 차별 철폐 1박2일 투쟁선포식'에서 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장애인 차별 철폐 1박2일 투쟁선포식'에서 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재난 관련 정책이 쏟아졌지만 장애인 안전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피 요령 매뉴얼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만들어 장애인 안전사고 방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대전시와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안전사고와 관련된 법이 없다 보니 장애인들의 대피 보조 시설물 설치 기준, 재난 대피 훈련 매뉴얼과 안전 교육 프로그램 등도 아예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법은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설치, 전용 화장실 설치 등 장애인 편의시설 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특히 사고시 안전 대피 매뉴얼도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사고 발생시 장애인들의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전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장애인 안전 향상을 위해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와 `응급 알리미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장애인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대전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긴급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똑같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비장애인에 비해 큰 피해를 입을 확률이 훨씬 높다"면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응급알리미 서비스등도 1·2급 중증 지체 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어 장애 등급이 낮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사고 위험에 크게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 10월 뇌병변 1급 장애인인 故(고) 김주영 씨의 경우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화재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소방서에 신고를 했지만 번져오는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중복장애 3급인 고 송국현 씨도 지난해 4월 화재에서 대피하지 못해 숨지고 말았다. 송 씨는 장애 등급이 미달돼 활동보조인 서비스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김 씨와 송 씨처럼 스스로 대피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재난 대응 매뉴얼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세용 대전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은 "국가 안전과 생활 안전 등 비장애인을 위한 안전 사고 매뉴얼은 있지만 장애인 사고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매뉴얼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장애 유형별로 어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응 매뉴얼을 만든다면 장애인들의 안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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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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