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한유석 지음·달·408쪽·1만4500원

술 마시기 좋은 계절이다. 만개한 꽃잎 아래서, 또는 이미 떨어져 흩날리기 시작했더라도. 여전히 봄은 좋은 사람끼리 모여 술 한잔 나누기 참 좋은 계절이다. 사실 술 마시기 좋지 않은 계절이 딱히 있을까. 술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일 것이다. 여기 마치 한 사람의 술과 함께 한 여정이 담긴 책이 한 권 있다. 한유석이 펴낸 `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은 `술 보다는 자리가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라는 말을 곧잘 하는 우리에게 술을 마시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을 일으킨다. 저자는 그동안 사랑했던 사람, 고마운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 같은 마음으로 글을 모아냈다고 하지만 여기에 담긴 글은 일기이면서 편지이기도, 수필이기도 하다.

종종 우리 술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지독하다는 혹평을 받는다. 하지만 광고대행사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저자는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퇴근 후의 술자리,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다른 사람과 치유하는 과정에서 술이 일으키는 `케미`에 대해 정성들여 풀어놓는다. 굳이 광고 같은 전문성 짙은 분야에 근무하는 게 아니더라도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바람 솔솔 불어오는 야외 테이블에서 즐기는 `치맥`이라든지, 좋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하는 한 잔의 와인 같은 술의 즐거움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술은 우리 일상에 친숙한 소주나 맥주, 막걸리부터 위스키, 칵테일, 탁주, 생소한 종류의 와인까지 주종을 넘나든다. 술 보다는 술과 함께 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 지금은 임원의 자리에까지 오른 저자가 인생의 파도를 맞으며 아로새겨 온 깊이와 연륜은 술이 인생의 `버팀목`이자 어울리며 함께하는 `즐거움`이었다고 고한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일탈`이자 삶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으며 그렇게 `술`은 인생의 `모든 것`이다고.

짙고 푸른 풍경을 담아 낸 표지부터 재생종이의 재질, 그리고 내부에 실린 감각적인 사진을 보면 저자의 스타일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내부 사진은 한유석 본인과 프리랜서 사진가 안웅철씨가 함께 담았다. 나도 언젠가 좋은 사람과의 기억을 담아 이런 책 하나 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오정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