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학자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 각 나라 살롱·카페문화 비교 분석

나의 유럽 나의 편력:젊은 날 내 영혼의 거장들 이광주 지음·한길사·492쪽·1만9000원
나의 유럽 나의 편력:젊은 날 내 영혼의 거장들 이광주 지음·한길사·492쪽·1만9000원
"반듯한 사회, 좋은 사회란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다."

서양사학자 이광주가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 유럽 지성사·문화사가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저자가 몰두해온 것은 괴테, 발레리, 토마스 만 등의 문학과 하위징아, 부르크하르트 등을 비롯한 유럽의 지성사·문화사 전반이었다. 특히 그를 매혹한 것은 유럽의 지성사를 관통하는 `교양`의 전통 그리고 역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한 숱한 `교양인`들이었다. 때문에 저자는 유럽의 위대한 교양인들을 키우고 단련시켰던 살롱과 카페 문화에 천착하게 된다.

유럽의 살롱과 살롱 문화는 국민적 심성과 문화와 전통에 따라 저마다 특유한 색채를 풍겼다.

먼저 귀부인 문화가 없었던 영국에서는 담론하는 신사들의 클럽 문화가 발달했다. 남성들만의 열띤 담론은 정치적이었지만 로크의 후예인 합리적 경험주의자들은 당파적이기에 앞서 `질서`와 `자유`를 표방함으로써 근대적 시민사회와 의회제도를 구축했다. 독일의 경우는 유대인 출신의 계몽주의자였던 멘델스존의 독서협회가 살롱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외된 유대인의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그의 강한 소명의식은 헤르츠 부인, 라헬 부인 등 그를 스승으로 받든 유대인 출신 여성들이 꾸린 살롱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떠했을까? 일찍부터 궁정문화가 꽃 핀 프랑스의 살롱은 1613년 경부터 랑부예 후작부인의 저택에서 시와 문예작품이 낭독되고 음악·연극이 공연됐다. 특히 프랑스 국민문화의 핵심은 18세기 계몽주의로 일컬어진다. 18세기는 자유로운 담론의 시대였다. 우아한 취미는 귀부인 중심의 살롱 문화를 꽃피웠고, 자유로운 담론은 문인과 철학자를 둘러싼 살롱 문화 그리고 대다수 시민의 카페 문화를 낳았다.

이렇듯 저자는 `담론의 탄생…`을 통해 유럽의 살롱문화 형성과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 `나의 유럽 나의 편력…`에서는 이 같은 살롱에서 열띤 토론을 펼쳤던 유럽 최고의 교양인들의 삶과 사유, 저작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나의 지적 편력, 아니 삶의 도정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마에스트로들에 대한 뒤늦은 헌사"라고 할 수 있다. 괴테, 몽테뉴, 에라스뮈스 등 저명한 지식인과 문인을 비롯해 베토벤과 클림트 같은 예술가, 20세기 희대의 여우로 손꼽히는 디트리히 등 14명의 마에스트로들에 대한 얘기가 흥미롭게 담겨있다. 저자는 일생을 통한 독서와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오직 그만이 쓸 수 있는 멋스러운 글로써 그의 각별한 스승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책들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반양장으로 꾸며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표지도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는 방향으로 세련되고 화려하게 디자인해 유럽의 고풍스럽고 지적인 문화를 표지만으로도 체험할 수 있다.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평생에 걸쳐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 문화 전반에 대해 폭 넓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담론의 탄생`, `교양의 탄생`, `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를 비롯해, `대학의 역사`, `지식인의 권력` 등이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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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의 탄생:유럽의 살롱과 클럽과 카페 그 자유로운 풍경 이광주 지음·한길사·336쪽·1만7000원
담론의 탄생:유럽의 살롱과 클럽과 카페 그 자유로운 풍경 이광주 지음·한길사·336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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