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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 150일간 품은 영광굴비 꼬들한 살 한 점 밥 한공기 뚝딱

2015-04-17 기사
편집 2015-04-17 05:49:52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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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10 대전 구암동 서원-보리굴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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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쯤의 일로 기억된다.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난생 처음 보리굴비를 먹으면서 "참으로 별미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 지 모른다. 시원하면서도 약간 쌉싸름한 녹차물에 밥을 말아 꼬들꼬들한 보리굴비를 한 점 올려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그 집 보리굴비를 떠올리면 지금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의 참맛을 맛본 지 3년쯤 지났을 때 대전에도 보리굴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정식 집마다 보리굴비를 내놓았는데 아쉽게도 서울에서 맛봤던 보리굴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보리굴비가 한 마리씩 푸짐하게 나왔는데 굴비의 모양새를 보고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죄다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가 아닌 부세로 만든 '짝퉁' 보리굴비였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보리굴비 맛집을 찾는 것을 포기하던 찰나에 한 지인이 괜찮은 보리굴비 맛집이 있으니 한 번 평가해달라고 했다. 그 곳이 바로 대전 유성구 구암동에 위치한 서원(대표 오승주)이다. 이 집 보리굴비를 보는 순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부세로 만든 보리굴비가 손님상에 올랐다. 그런데 보리굴비와 곁들이 음식을 맛본 뒤 고민이 깊어졌다. 주인장의 손맛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라도 특유의 손맛이 살아 있었다. 이틀동안 세 번이나 보리굴비 정식을 맛본 뒤에 서원을 맛집으로 소개하기로 했다.

이 집 보리굴비는 질퍽하지 않다. 먹는 이에 따라서는 딱딱하다고 느낄 정도로 굴비살이 꼬들꼬들하다. 갈색 빛이 나는 살은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고소하다. 전남 영광에서 가져온 150일정도 보리에 묻어둬 완전히 쪼글쪼글 마른 굴비를 하루 정도 쌀뜨물에 담가놓는다. 비린내와 잡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쌀뜨물에 어느정도 불려진 굴비를 10분정도 찐 뒤 2차로 구우면 기름기가 살에 쫙 밴 갈색의 보리굴비가 탄생한다. 이 집 녹차물도 녹차향이 입안에 은은하게 감돌 정도일 뿐 떫거나 쌉쌀하지 않다. 대부분 녹차물에 밥을 말은 뒤 한 숟가락을 떠서 보리굴비를 올려 먹는다. 하지만 난 갓 지은 뜨끈한 밥 한 술에 먹음직스러운 보리굴비를 올린 뒤 주인장이 직접 담근 쌉싸름하면서도 새콤한 재래종 갓김치나 오돌오돌 씹히는 가리비젓갈을 곁들여 먹는 방식을 즐긴다. 녹차물은 입가심으로 한 모금 마신다. 2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곁들이반찬이 볼품이 없다는 평가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곁들이 음식 하나 하나 주인장의 손맛이 살아 있다. 밴댕이와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낸 된장시래기국은 구수하기 그지 없고,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탱탱함이 살아있는 굴전과 놀놀하게 부쳐낸 두부전은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있다. 홍탁을 좋아하는 식객이라는 코를 뻥 뚫어주는 쏘는 맛의 제대로 된 흑산도산 홍어를 즐길 수 있다.

△주소: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601-20(유성대로 678) △전화번호:042-822-1272 △메뉴:보리굴비정식 2만9000원, 굴전 2만원, 홍탁 7만원(小) △영업시간:오전11시부터 오후9시까지

△테이블:4인용 7개, 방 4개 △주차장:전용주차장 없다. 이면도로에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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