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합작 중견기업 '디아이디' 적자 등 누적 영업정지 산단공 계약 해지 협의나서… 지역 경제 악영향 우려

경기불황의 여파가 천안외국인투자단지(이하 천안외투단지)에도 엄습해 한 때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조 클럽 가입도 점쳐졌던 중견기업이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16일 천안외투단지를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한국산단공) 충청지역본부에 따르면 태블릿 PC와 중소형 LCD 모듈을 주 영업으로 하는 (주)디아이디는 1998년 8월 한, 일 합작법인으로 설립됐다. 98년 9월 천안외투단지 1만 2704.8㎡ 면적에 1공장을 마련해 입주했다. 2005년 6월에는 6591.6㎡의 2공장이 1공장과 연접해 문을 열었다. 디아이디는 2005년 코스닥 상장 뒤 2012년 6500억 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주 거래처인 삼성 태블릿 PC의 물량 감소 등으로 최근 몇 해 동안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디아이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80억 원 급감해 1845억 원에 머물렀다. 영업손실도 약 156억 원 발생했다. 디아이디측은 적자 타개를 위해 신규 자본 유치 및 무선충전기 등 신규사업 진출을 도모했으나 대주주의 경영포기로 인한 의사결정불가능, 주채권은행의 채권회수 및 대출금 연장 불허, 천안사업장 생산부문 전 직원의 사직으로 영업정지를 결정하게 됐다.

회사측에 따르면 디아이디의 대주주는 지난달 31일자로 일본인인 대표이사를 일본으로 소환해 대표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외한은행에서 지난달 말 디아이디의 물품구입대 및 원자재 구입대금 57억 원 상당을 지불정지하고 대출 원리금 210억 원 상환을 요청하며 정상적인 조업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디아이디는 천안사업장 생산부문 전 직원의 사직은 자발적인 의사 표시의 결과라고 밝혔다. 디아이디 1, 2공장에는 정규직 519명 등 525명의 임직원이 근무했다.

영업정지 결정 뒤 디아이디의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디스플레이는 공장내 삼성디스플레이 소유 설비의 회수 및 철수작업에 나섰다.

한국산단공 충청지역본부도 디아이디의 가동중단 및 생산시설 철수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방안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산단공 충청지역본부 관계자는 "디아이디의 외국인투자지분율이 지난해 12월 30% 이하로 떨어져 입주계약 해지 사유는 이미 발생했다"며 "회사측과 협의해 입주계약 해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단공 충청지역본부는 41개 천안외투단지 입주 기업 가운데 공장을 짓고 있는 1개사와 디아이디를 제외한 39개사는 정상 가동중이라며 다른 입주 기업들도 경영여건이 좋지 않지만 디아이디처럼 대주주의 경영 포기나 극단적인 영업정지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반면 지역 경제계는 중소기업이 밀집한 천안백석농공단지에서 지난해부터 기업 부도가 속출한 것에 이어 천안외투단지까지 문을 닫게 된 기업이 나오자 우울한 표정이다.

지역 기업인단체의 한 임원은 "디아이디가 남녀고용평등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무역의 날 3억 불 수출탑도 수상해 우량기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리 수순을 밟고 있어 안타깝다"며 "다른 중소기업들에도 불길한 전조가 확산되지 않을까 근심"이라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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