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신용현 원장

◇KRISS(한국표준과학연구원)가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이제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로 접어든 KRISS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뿐 아니라 정부 출연연구기관 중 가장 전형적인 연구소로 손꼽힌다. 소속 연구원 출신 기관장을 가장 많이 배출했으며 그 중 여성기관장이 두명이나 되고 아이 세 명을 키워내는 여성과학자가 있다고 하면 KRISS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KRISS 12대 신용현 원장을 만나 설립 40주년의 의미와 국민연구소로서 KRISS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직접 들었다.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연구원으로 입사해 원장직까지 오르셨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오랫동안 몸 담으며 자부심을 느낀 곳에서 취임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정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KRISS는 좋은 조직문화 속에 고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왔지만 이를 국민들에게 잘 알리지 못한 면도 있다. KRISS가 어떤 중요한 일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래 몸담은 곳이기에 평소 생각했던 변화를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취임 후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나.

"KRISS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알리기 위해 그동안 낯설었던 다양한 기관과 교류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내부적으로는 연구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통을 잘 하기 위해 보다 많은 연구원을 직접 만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인터뷰 직전에도 부서 간담회를 하고 왔는데 취임 후 지금까지 400여 명의 직원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직원들이 한가지 씩이라도 이야기를 하도록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경영진과 직원들의 시각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향후 생일이나 입사 년차, 여직원이나 박사후과정 연구원 등 다양한 그룹을 구성해 만나볼 계획인데, 이 역시 직원들이 건의한 아이디어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만큼 느낀 것도 많았을 것 같다.

"취임하면서 했던 이야기 중에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내가 처음 연구원에 입사했을 때 연구원의 장비를 구입하는 일을 많이 했다. 주로 어떤 장비를 사야 하는지 장비의 주요 재원을 적어 두는 일이었다. 당시 연구비라고 해야 연구실 당 몇 백 만원 수준이던 때다. 그래도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국가의 중요한 인재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현재 연구 인프라는 그 시절과 비교도 안되게 커지고 장비도 좋아졌지만 자부심이나 사명감은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부보다는 외부적 요인이 크다고 느꼈다. 직업의 안정감을 안주고 자율성을 덜 지켜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자부심은 누가 가지라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인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올해 KRISS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려달라.

"올해 KRISS는 `국민연구소`, `PRIDE KRISS, PRIDE of KOREA`를 이루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연구기관이 되기 위해 두 분야에 걸쳐 목표를 세우고 있다. 흔히 국민배우나 국민가수 같은 수식어가 쓰이는 데 이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최고의 실력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대중과도 친숙해야 한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국민연구소라 불리는 곳이 없다. KRISS는 바로 그런 국민연구소가 되고자 한다. 질 높은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실력 있는 연구소이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많이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연구소다. 무엇보다 우리의 연구를 국민에게 보다 친근하게 알리고 삶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연구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과학대중화에도 앞장 설 것이다."

-국민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소인가.

"국민들이 국민연구소를 직접 체감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 연구원의 연구성과가 각 정부부처나 기업에서 활발히 쓰여야 한다. 무엇보다 오피니언 리더와 정책 입안자 들이 우리의 기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 기술이 생활 속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 의미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연아나 안성기, 조용필 같은 사람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여동생이나 국민배우, 국민가수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실력은 물론이고 신뢰도나 깨끗한 이미지 같은 여러 긍정적인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저 사람은 나를 잘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이 있어서 괜스레 자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연구소가 그런 연구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국민연구소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는 KRISS가 있지`라거나 `KRISS 의견이라니 신뢰할 수 있지` 이런 이미지를 줬으면 좋겠다. 결국 내부 구성원의 자부심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도 이러한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외부의 좋은 인재가 연구원에 올테고 좋은 사람이 모여 좋은 성과를 내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KRISS 창립 40주년의 의미를 직접 듣고 싶다.

"KRISS는 40주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권의 표준기관으로 발전하며 측정표준 선진국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부의 기관평가에서도 KRISS는 줄곧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모범연구소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새로운 40주년을 맞는 KRISS는 모범연구소에서 한 단계 성장한 국민연구소가 되길 원한다. 측정표준 연구 실력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관인 동시에 국민들에게 친근한 연구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내 대표적 여성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여성과학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아직 여성 인력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낮고,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여성과학기술인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과학자들은 스스로 여성의 높아진 역할과 그에 따른 기대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 한다. 전문 분야에 대한 실력은 물론이고 소통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실력도 함께 갖추어야 하는 시대다. 특히 여성 들은 남자들에 비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네트워킹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투자와 노력도 필요하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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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질 높은 연구성과를 도출하면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질 높은 연구성과를 도출하면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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