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사한 복지사업 조정 지자체 재정 축소 우려 투명한 부정수급 근절 서민 삶 최우선 고려를 "

지금까지 정부는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국내 및 세계 경제의 저성장 흐름 속에서 530조 이상의 엄청난 국가채무를 지게 되었다. 여기에 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와 연금충당부채까지 고려하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수행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재정 지출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이완구 국무총리는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통해 복지재정의 누수를 차단하고 부정수급을 근절해 연간 3조 원 이상의 복지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 방안은 크게 복지재정 누수 차단, 부정 수급 근절, 유사 중복 사업 정비, 재정 절감 인프라 강화, 지자체 사업 조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부정 수급 근절(6000억)`과 `지자체 사업 조정(1조 3000억)`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자체 사업 조정`의 경우 중앙과 지자체의 복지 사업 중 중복되는 사업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자체의 복지재정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행해왔던 지방정부에 정부의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의 중복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맞는 정책 방향이긴 하지만 사실상 단순하지 않다. 지자체에 따라 유사 사업이라도 지역주민의 욕구가 높아 추가적인 복지서비스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유사 사업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과 방식이 다른 사업도 있다. 따라서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통해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충분한 배려 없이 지자체의 복지재정을 축소하는 경우 지역의 복지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되어 또 다른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부정 수급자 근절`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 해오던 일인데, 특별한 정책처럼 발표한 것은 의외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사회복지통합정보망을 통해 부정 수급자를 강도 높게 가려내왔다. 그 가운데는 파렴치한 부정 수급자도 있지만, 일용직 근로자나 부양가족의 소득 변동으로 인해 아쉽게 수급자에서 탈락한 이들도 많다. 이들이 경험하는 절망감을 정책을 입안하는 주체나 이를 시행하는 행정기관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통합전산망을 통한 부정 수급자 관리는 초기 문제를 보완하여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데, 새로운 방안처럼 발표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최근 5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3만 명에게 308억 원이 부정 지급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도대체 6000억 원을 어디에서 절감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수급자를 관리해오던 사회복지통합정보망에 무슨 새로운 허점이 발생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부정 수급자 발굴의 목표치를 과도하게 잡게 되면,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 위기라고 해서 충분한 배려 없이 칼 휘두르듯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복지정책의 끝에는 더 이상 물러서기 힘든 서민들의 삶이 놓여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1990년대 초반 금융위기에 대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잘못된 복지재정 설계로 재정위기를 경험했고 재정 효율화를 시도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던 성공적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를 주도한 페르손 총리가 주창한 예산 효율화 10계명 중에는 정부가 지자체에게 국가 부담을 떠맡게 하지 말고, 정부가 총책임을 떠안고 진행하라는 내용과 함께 먼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스웨덴의 재정 효율화 정책의 성공은 정부가 지자체나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는 것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손의성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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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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