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온실가스 중 흔히 탄산가스라고도 부르는 이산화탄소는 동물의 호흡, 화석연료의 연소 등에 의해서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반면 배출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탄수화물이 되거나 해양에 녹아서 대기 중에서 제거된다. 이와 같이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에서 순환하면서 공기 중에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순환의 균형이 깨져 대기 중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 때문이며, 향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기후변화 위험도가 결정된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기후변화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기온이 최대 섭씨 1.5도, 2050년까지 최대 3.7도 상승한다고 한다. 이는 지난 100년간(1911~2010년) 섭씨 1.8도만 올랐던 것과 비교해볼 때 매우 급격한 기후변화로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화석연료 연소 기준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우리나라 역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에너지 효율 향상, 저탄소 연료 개발,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이 있다. 이는 원천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공장 등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 회수하여 공기 중으로의 배출을 막는 방법도 있다.

대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면 배출을 줄일 수 있으나 공장의 공정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한 대규모 공간 확보가 어렵고 회수된 이산화탄소를 멀리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은 더욱 문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한편 대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쓰레기로 저장하는 기술(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대신에 탄소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보유하고 있는 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다. 즉 대용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하여 이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다양한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 등을 통하여 카보나이트, 메탄올, 개미산 등 화학원료 및 연료로 제조할 수 있다. 물론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어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원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기술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한국화학연구원은 출연연의 고유 임무 수행을 통하여 CCU 기술이 주목받기 이전인 1990년대부터 이산화탄소의 화학적 전환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원천 기술 및 인프라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최초로 연간 2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기초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실증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전환하는 차세대 CCU 개발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올을 생성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새로운 방식의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 문제 및 자원 고갈 문제는 이미 환경적 측면을 넘어서 산업적, 사회적 파급효과가 막대한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 이산화탄소 전환 및 자원화 기술에 대한 적극적 투자 및 활발한 융합 연구를 통하여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신(新)화학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여 앞으로 펼쳐질 녹색기술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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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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