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아산 수도권 기업 유치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악화 지역경제 급격히 활력 잃어 국가 균형발전위해 개선 시급 "

수도권 과밀 완화와 국가 균형발전정책의 혜택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던 충남 서북부 등 수도권 밖 지방자치단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소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이란 이름을 달고 시동을 건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시간이 지날수록 노골화되고 본격화되면서 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불황과 저성장을 극복하고 투자활성화를 꾀한다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들어 도시첨단산단 확대, 계획관리지역내 건폐율·용적률 완화, 그린벨트내 공장증축 규제 완화 등으로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이전을 모색하던 기업들이 지방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어버렸다. 나아가 지방에 정착한 기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공장과 연구소 등이 수도권으로 다시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서 지자체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충남, 그 중에서도 서북부 산업 중심인 천안 아산지역이다. 천안과 아산은 2000년 무렵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사태가 진정되면서 제대로 된 도시형태를 갖추고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수도권과 근접한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생산라인을 이전하거나 증설했고 관련 중소기업들도 이들의 뒤를 이어 자리를 잡았다. 때맞춰 추진된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 균형발전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일자리가 늘고 사람이 몰리다보니 도시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저 그런 소도시에 불과했던 천안과 아산의 중간지점에는 KTX 고속철도역이 입지하면서 신도시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인접한 불당동 백석동 배방읍 등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돈이 돌다보니 성정동, 두정동 일대의 유흥가는 불야성을 이뤘고 자영업자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로 접어들어 수도권 규제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천안 아산의 사정은 급변하고 있다. MB정부 전반기인 2009년과 2010년에 수도권에서 천안으로 이전한 기업이 각각 60여개에 이르렀으나 하반기인 2011년과 2012년엔 7~8개 수준으로 줄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 수도권 규제 완화의 폭과 범위가 늘면서 2013년 단 1개의 수도권 기업이 이전해 왔을 뿐이고 그 이후엔 발길이 끊겼다. 아산시 역시 수도권 기업 유치건수는 2013년 3개사, 2014년 1개사에 그쳤다.

아무리 수도권 규제를 완화했다손 치더라도 기업들의 이전 움직임이 한순간에 멈춘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울공화국`으로 대변되는 중앙집권적 사고와 구조가 공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란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70년대부터 수도권 인구 재배치나 수도권 정비계획 등의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정권 입맛 따라 바뀌고 폐기되는 바람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를 만들고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조성해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공기업들을 수도권 밖으로 이전시킨 것도 수도권 과밀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주거 교통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란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부문의 이전을 계기로 민간영역도 수도권에서 벗어남으로써 국가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뜻도 내포되어 있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10년도 지나지 않아 정책이 뒤바뀌면서 본래의 취지를 잃어 버렸다.

수도권 밖 지자체들이 연일 수도권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수도권 밖 지자체의 피해도 늘고 있다. 사정이 다른 지역보다 낫다는 천안이지만 기업이전이 끊기면서 산업단지 미분양으로 인한 재정압박에 가중되고 지역경제도 급격하게 활력을 잃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과연 투자활성화에 얼마만큼 기여할지도 미지수지만 더 큰 문제는 국가 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정책기조를 정권의 입맛대로 바꾼다는 점에 있다. 이래저래 수도권 규제완화는 답이 아니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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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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