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가 지역구인 박수현 국회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고속버스로 출퇴근하는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 등원하는 날이면 공주시 신관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탄다고 한다. 6시 버스를 놓치면 40분 뒤에 가는 다음 버스를 타야 하므로 아침시간 그가 얼마나 부지런을 떨지 짐작이 간다. 그런 그가 국회로 가는 출퇴근 수단의 절반가량을 KTX 고속열차로 바꾸겠다고 했다. 오늘부터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 KTX 공주역에서 용산행 고속열차를 한달에 절반정도는 타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공주시 신관동 아파트단지에 있는 집을 나와 몇 분만 걸어가면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 것을, 서울과 정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17㎞쯤 떨어져 있는 공주시 이인면 신영2리 소재 KTX 공주역으로 일부러 가서 고속열차를 타겠다는 말이다.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출퇴근 행로에 대해 그는 KTX 공주역의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임을 내세웠다. 공주역이 지역구인 공주시에 있으니 말이 된다. 그리고 공주 남부, 즉 이인·탄천면 유권자들을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공주역에 고속열차를 타러 오는 부여군민들도 역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부여군은 1년 뒤인 내년 4월 총선거 전에 공주시와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질지도 모른다.

박 의원이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KTX 공주역의 인지도 높이기에 다소 도움은 될 듯하다. 그렇다 해도 공주역의 활성화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공주 도심에 사는 사람들의 이용빈도는 매우 적을게 틀림없다. 서울과 반대 방향인데다 공주-서울 고속버스 요금 8000원, 우등고속버스 요금 9000원보다 세 배가량 비싼 2만5100원을 내야 탑승이 가능하다. 시계외 할증요금을 없앨 수 있는 공주·논산·부여 택시 영업구역 통합 논의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공주역에서 3개 시·군청 소재지로 바로 가는 버스편도 없다. 이러니 논산 도심에 사는 승객들도 가까운 논산역에 가서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고속열차 탑승을 선택할 것이다. 코레일이 KTX 공주역의 하루평균 이용객 수를 고작 430명으로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주·논산·부여 도심을 잇는 삼각형의 한 가운데에 있는 KTX 공주역 주변인구는 많이 잡아도 3만 명 남짓이다. 넓게 잡아 공주·논산·부여 3개 시·군 인구를 합치면 30만 명쯤이지만, 공주역행 대중교통이 아예 없으므로 잠재수요 승객을 30만 명이라고 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이런 공주역이지만 오늘자 열차시각표를 보면 KTX 고속열차가 왕복 35회 정차한다. 같은 날 주변 잠재수요가 50만 명은 족히 넘을 서대전역에 정차하는 KTX 고속열차는 왕복 17회뿐이다. 불균형도 보통 불균형이 아니다. 한숨이 나오고도 남을 일이지만, 지난 10년간의 결정 과정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KTX의 서대전역 경유 갈등에서 완패한 대전시와 지역정치권은 내년중 수서고속철도(SR) 개통 때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증편을 관철시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핵심 이유는 `선로사용료`에 있다. 코레일이든 SR이든 KTX 고속열차 운행으로 발생한 매출액의 34%를 선로사용료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내야 한다. 철도시설공단은 받은 선로사용료를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갚는데 쓴다. 그런데 기존의 일반선로를 운행한 구간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선로사용료 지불 의무에서 제외된다. 즉 서대전역-계룡역-논산역-익산역 구간에서는 선로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이다.

여론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말은 절대 안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은 이런 점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SR이 내년중 개통되더라도 서대전역-논산역-익산역, 경부선 중 동대구역-밀양역-구포역, 익산역-전주역-여수엑스포역 구간의 전라선에서 SR 소속 KTX 고속열차는 볼 수 없을 것으로 철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서대전역 경유 KTX 증편 전략을 짤 때 이 점을 간과할 경우 또다시 절벽에다 대고 말하는 듯한 낭패감만 받을 게 뻔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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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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