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루 특별관람을 위해 경복궁을 찾았다면 주변에 위치한 다른 문화유적들을 찾아 서울 도심 속 역사 힐링여행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 서울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모두 5개의 궁궐이 있었다.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진 고궁들이지만 짧은 여행 기간 5개의 궁궐을 모두 돌아본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대신 시기별 특징을 지닌 궁궐들을 선택해 시간 대비 여행의 즐거움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경복궁은 1395년 창건된 조선의 제일 법궁이지만 임진왜란으로 전소됐다가 고종 때인 1867년에 이르러서야 중건됐다.

따라서 조금 더 앞선 시기에 만들어진 한국미의 아름다움을 원형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창덕궁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창덕궁은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이 1405년 세운 조선 왕조의 제 2 궁궐로 처음에는 별궁으로 지어졌지만 이후 국왕이 주로 창덕궁에서 생활하며 실질적인 법궁의 구실을 했다.

창덕궁 역시 임진왜란 당시 전소됐지만 곧바로 복구가 시작돼 인조 대에 완료됐다. 인위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고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스럽게 건축한 덕분에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궁궐보다도 더 유명한 창덕궁 후원의 경우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자.

창덕궁이 경복궁보다 앞선 시기의 궁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덕수궁은 반대로 구한말과 근대의 역사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대한제국의 법궁이던 덕수궁은 원래 조선의 9대 임금인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저택이었다. 임진왜란으로 서울의 모든 궁궐이 불타 없어지자 선조가 임시거처로 사용했고, 광해군이 1611년 정릉동 행궁이라 불리던 이 곳에 경운궁이라는 궁호를 붙여줬다. 이후 경운궁은 1897년 대한제국 출범과 함께 한국 근현대사의 전면에 출현해 1907년 궁호를 `덕수궁`으로 변경했다. 서울에 남아있는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일제에 의해 많은 부분이 훼손됐는데, 대중 가요 등으로도 잘 알려진 덕수궁 돌담길도 원래는 덕수궁의 경내였다고 한다.

덕수궁의 주위를 살펴보면 주변에 구한말 열강들의 대사관이나 그 터들이 남아있어 당시 약소국 조선이 겪어야 했던 혼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덕수궁에는 조선 왕조가 마지막으로 지은 궁궐 건물인 석조전이 있다. 1900년 유럽의 신고전주의 양식을 받아들여 지은 석조 건출물로 대한제국 때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는 곳으로 사용됐다. 광복 후에는 미소공동위원회 회의장,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으로 사용되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다.

경복궁과 창덕궁, 덕수궁은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짧은 일정으로 방문하더라도 부담없이 돌아볼 수 있는 거리다. 다만, 궁궐 자체의 넓이도 만만치 않은 만큼 먼저 편한 신발과 옷차림 갖추는 것이 좋다. 또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에는 다양한 맛집과 향긋한 다향을 풍기는 찻집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 만큼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고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상 속 전통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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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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