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2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지음·들녘·각 592쪽·각 2만2000원

최근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에게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과대망상에 빠진 한 개인의 과격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국 신봉주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국민들에게 신앙처럼 받아들여지는 미국이라는 국가. 과연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주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미국 영화계 거장인 올리버 스톤 감독과 역사학자 피터 커즈닉이 공동으로 쓴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는 미국이 제국으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추적해 들어간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들의 안타까운 문제의식은 `미국의 세기`를 추진하는 세력이 `보통 사람의 세기`를 억누르고 미국 정책을 주도해왔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과의 독립투쟁을 통해 식민주의를 배격하고 독립된 공화국의 정신을 중시했다. 그런 전통 때문에 미국이 제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동안 지도자들은 이를 극구 부인해왔다. 그러나 네오콘에 이르러 `제국`은 공공연한 이념적 표상이 된다. 과거의 직접적인 식민지 지배를 통한 제국이 아니라, 세계만방에 설치해놓은 `군사기지`를 통한 제국이 된 것이다.

저자들은 윌슨부터 부시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을 중심에 놓고 그 주변의 핵심 참모들이 정책 형성을 이뤄가는 길목을 예리하게 들추어낸다. 피터 커즈닉의 엄중한 역사적 검증 및 해석에다 올리버 스톤의 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져 내용 전개는 박진감이 넘친다. 또 각 대통령과 중심인물들은 공개·미공개 자료들을 통해 마치 현실로 튀어나온 영화 속 캐릭터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정책과 사건의 유기적 인과관계와 흐름은 미국의 전모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외정책 결과물로서 한국의 현대사를 더듬어볼 수도 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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