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지음·와이즈베리·318쪽·1만000원
저자는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에게 이 책이 읽히기를 바랐다. 이제 그가 언급한 `프레임`은 한국에서도 언론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용어가 됐고 이제는 비단 정치나 언론 뿐 아니라 사회 다양한 분야를 분석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저자의 바람대로 유수의 한국 언론인들이 후배 언론인을 위해, 또 대중을 위해 이 책을 권하고 있다. 한국의 EBS `지식채널 e`의 김진혁 전 PD는 `이 책을 읽는 순간 결코 정치인이 당신의 머릿속을 쉽게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 했고 JTBC 손석희 사장은 `평소에도 기자에게 정치인이 만드는 프레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개정판은 기존 독자에게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인 듯 반가움을, 새로운 독자에게는 책 출간 후 사회 변화를 담은 보다 새로운 내용을 선보일 것이다. 조지 레이코프는 이번 개정판에 기존 10개 논의의 장에서 2장을 빼고 8장을 더했는데 추가된 내용이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개정판에 미국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월등한 프레임 구성으로 2008년 미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왜 프레임전쟁에서 다시 공화당에게 주도권을 뺏겼는지를 분석했다. 선거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왜 민주당은 다시 한 번 프레임전쟁에서 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개정판을 썼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출간되고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진보를 표방하는 많은 사람이 `세금폭탄`이라거나 `무상급식` 처럼 보수의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는 언어를 사용한다. 정작 자신의 가치를 담아내는 프레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결국 자기가 주도하는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고 보수가 주도하는 프레임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역할에만 머무르게 되고 이는 결국 무능한 진보의 이미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정치에서는 또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아직도 현실을 보는 날카로운 눈으로 최신의 쟁점을 개정판에 담아낸 점이 독자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보수주의가 `자유`라는 단어를 소유하고 보수의 메시지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의 가치인 인종과 성별, 성적 지향성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자유,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자유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어떻게 프레임에 구성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는 보수가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선점하며 대통령 선거의 승리를 가져간 한국의 상황과도 대입해 볼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저자는 세계를 뒤흔든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연구성과를 눈 여겨 보고 있다. 세계의 부가 극소수의 부유층에 귀속되며 벌어지는 부의 양극화, 노동의 질 저하, 공적 자원의 감소 등 악화의 연쇄고리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이를 진보적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피케티의 연구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그저 `불평쟁이의 투덜거림`으로 정의될 때, 적절한 프레임이 부재할 때 우리가 놓치게 될 것 들을 경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질 뿐 아니라 10년, 20년의 시간을 두고 동시대를 살아간 석학의 주장이 어떻게 사회에 녹아들어가는 지 직접 지켜보는 기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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