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8 대전 문창동 부산산꼼장어-꼼장어 구이

포장마차 술안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꼼장어(먹장어)이다. 쓰디쓴 소주 한 잔과 함께 곁들이는 쫄깃쫄깃한 꼼장어 한 점은 술꾼들에겐 최고의 궁합이다. 꼼장어는 소금구이를 해도 맛있고, 고추장 양념에 각종 채소와 함께 버무린 양념구이를 해도 맛있다. 예전엔 서민들의 술안주로 흔하디 흔했던 꼼장어가 요즘엔 귀하다. 특히 껍질을 벗긴 채 선홍빛의 속살을 드러내는 꼼장어 생물은 꼼장어 전문점에서조차 쉽게 만나기 어렵다.

오돌오돌 씹히는 꼼장어의 식감을 좋아하는 기자가 대전에서 어렵게 찾은 꼼장어 맛집은 중구 문창시장 맞은편에 있는 부산산꼼장어(대표 한봉희)이다. 가게라고 해봐야 테이블 5개가 전부이고, 주인장 혼자 꼼장어를 요리하고 서빙도 하는 1인 음식점이지만 꼼장어 맛 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맛있다.

이 집은 산 꼼장어만을 다룬다. 부산에서 공수해오는 꼼장어를 주문과 함께 곧바로 손질에 들어간다. 껍질이 벗겨진 선홍빛의 꼼장어는 여전히 살아서 꿈틀거린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다소 징그럽게 보일 수 있지만 꼼장어 애호가들에게는 싱싱함으로 다가와 어느새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인다.

이 집의 꼼장어 소금구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꼼장어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 밑간을 거의 하지 않는다. 꼼장어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마늘, 후추, 참기름 등 약간의 향신료만 넣을 뿐이다. 참숯 위에서 노릇하게 익은 꼼장어는 생물답게 탱글탱글한 느낌이 살아 있다. 입안에 넣으면 `생물이라 역시 다르구나`를 실감한다.

소금구이가 고소함에 방점을 찍었다면 양념구이는 매콤함과 담백함으로 대표된다.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태양초 고추장에 청양고추, 일반고추, 땡초 등 세 가지 고춧가루를 섞는다. 거기에 천연조미료 역할을 하는 이 집 만의 비법인 벌나무를 달인 물과 버섯가루를 집어 넣는다.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양념장에 양배추, 파, 양파 등 채소를 넣고 버무려 구워낸 양념구이는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다.

이 집은 산 꼼장어만 다루다 보니 삶은 꼼장어 껍질과 유낭도 손님상에 올려진다. 꼼장어 껍질은 의외로 부드러워 입안에 넣으면 거의 녹는 듯한 느낌이다. 영양분 덩어리인 유낭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꼼장어와 곁들여 먹는 김치찌개도 맛깔스럽다. 직접 담근 묵은지에 콩나물과 멸치만을 넣고 끓여냈는데 맛이 아주 좋다. 동치미, 파김치, 백김치 등 김치만 먹어도 본전은 뽑는다. 기자는 갈 때마다 김치를 거의 한 보시기 정도 먹는다. `김치 하나 열 반찬 부럽지 않네`라고 말할 정도로 김치에서 풍겨나오는 주인장 손맛이 예사롭지 않다.

△ 주소:대전시 중구 문창동 371-1

△ 전화번호:042-252-5553

△ 메뉴:산꼼장어 소금구이·양념구이 1만원(1인분)

△ 테이블:4인용 5개

△ 영업시간:오후3시-오후11시(연중무휴)

△ 주차장:이면도로 주차나 문창시장 공영주차장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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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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