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해·공군 모든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금은 해병대와 해외파병 부대, 주한미군 소속 카투사 등의 장병들만 군복에 태극기를 달았지만 약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10월까지 태극기를 부착하고 또 뗄 수 있는 전투복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한편 군복무가 사적인 업무가 아니고 국가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해외파병 부대 경험자나 현재 파병돼 있는 장병들은 전투복에 붙어 있는 태극기로 인해 명예와 사명감이 더욱 높아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전투복에 태극기를 부착함으로써 해외파병 부대 장병들처럼 국내 근무 장병들의 명예의식과 사명감도 실제로 높아진다면 사기가 높아지고 전투력도 한층 고양될 것이다. 60억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이런 효과가 전군에 걸쳐 나타나기만 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최전방 지역과 해안경계 부대 근무자 전투복의 태극기 부착은 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바탕색이 흰색인 태극기로 인해 적군의 표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짙은 노랑색과 빨강색이었던 육군의 계급장 색깔을 쉽게 식별할 수 없도록 바꾼 건 1996년 가을 강원도에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들이 "어두운 야간에도 잘 보이는 국군 계급장만 조준하면 사살할 수 있다"고 한 증언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우리가 아는 태극기와 위장용 색깔을 입힌 태극기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사시에 지휘관이 이를 떼라는 명령을 언제 내릴지에 대한 매뉴얼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태극기를 부착한 전투복에 거는 기대는 또 있다. 명예의식과 사명감이 높아진다면 여군 성폭력 사건과 방산비리 등으로 인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장성과 고급장교들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그것이다. 군대에서 이런 비리와 추문을 배태하는 구조가 척결되지 않을 경우 태극기만 모욕하는 전시성 이벤트일 뿐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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