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여가시설 등 부실 관광특구·세종시 특수 실종

대전 유성이 관광특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정부세종청사 이전에 따른 세종시 특수까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광특구에서 탈피해 유성지역을 MICE(전시·컨벤션)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의 `테마특구`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대전시와 유성구에 따르면 유성 관광특구는 지난 1994년 8월 31일 교통부 고시를 통해 설악산, 경주, 해운대, 제주 등과 함께 5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지금 나머지 4개 관광특구는 나름 특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독 유성만큼은 관광특구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특히 모든 지역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면서 대전의 상권이 둔산동 주변에 집중돼 유성 상권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부터 진행된 정부세종청사 입주는 유성 관광특구의 부활을 알릴 수 있는 신호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 불편, 낙후된 숙박시설, 여가·유흥시설의 부족 등의 이유로 세종시 특수까지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가 빠르게 자족기능을 갖추면서 유성 빨대효과는커녕 오히려 세종시로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신 모(56) 씨는 "정부세종청사 이전 초창기만 하더라도 정부부처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유성에서 소비를 했으나 이제는 세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성까지 나갈 일이 없다"면서 "유성이 온천을 기반으로 한 관광특구라는 이미지가 퇴색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58) 씨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저녁 때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꽤 많이 찾았는데 반석에서 월드컵경기장 네거리까지 워낙 교통체증이 심하다 보니 이제는 예약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세종과 유성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km밖에 되지 않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멀게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온천을 기반으로 한 관광특구에 더 이상 의존하지 말고, 기존의 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개선해 대전이 추구하는 MICE 산업의 중심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전마케팅공사 이명완 사장은 "MICE 산업은 대전의 미래산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유성 관광특구와 MICE 산업을 연계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MICE 산업은 단기간이 아닌 20년 정도 앞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하는 만큼 유성 관광특구와 연계된 MICE 산업 육성방안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구 관계자는 "관광특구로 지정된 지 20여 년이 지난 만큼 유성 관광특구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유성 관광특구의 발전을 위해 각종 특화거리와 접목시켜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숙박시설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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