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이논.
다랑이논.
자연은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와 감동을 전해준다고들 한다. 험준한 산간지형에서 논농사를 짓기 위해 경사지를 개간한 다랑이논이 그러하다. 다랑이논은 산비탈을 깎고 축석하여 경작지로 일궈낸 계단식 논을 말한다. 판판한 돌을 이용하여 축석을 쌓기 때문에 일명 `구들장논`이라고도 하며, 산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에 공중배미, 하늘배미, 천상배미 등 다양하게 불린다. 여기서 `배미`란 논두렁으로 둘러싸여 구획되어 있는 논을 이르는 말인데, 이들 명칭은 지형의 특성상 물을 끌어 쓰기가 어려운 천수답임을 짐작케 한다.

비록 명칭은 다를지언정 다랑이논은 중국, 일본, 필리핀 등 벼농사 문화권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간지형을 가진 지역에서 다랑이논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남해 가천마을의 다랑이논(명승지정구역 227,554㎡)이 2005년에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은 설흘산과 응봉산 아래 바다를 향한 산비탈의 급경사지에 자리하고 있다. 10여 층에 이르는 곡선 형태의 논이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높은 산과 전면의 넓게 트인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봄철 물대는 시기와 일출과 일몰 시간의 경관은 일품이다. 게다가 산, 논, 바다의 자연적 요소와 가천암수바위, 밥무덤, 설흘산 봉수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섬)와 같은 문화적 요소가 더해져 명승적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처럼 경관이 뛰어나기에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농부의 입장에서는 좁고 긴 논다랑이에서 농사짓기란 쉽지가 않아 많은 다랑이논이 점차 휴경(休耕) 또는 폐경(廢耕)되어 사라져가고 있다.

다랑이논은 수천 년의 농경문화 속에서 사람이 자연지형에 조응하며 경사지를 개간하면서도 주변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한 지혜와 배려를 품고 있는 문화경관이다. 다랑이논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최근 가천마을 주민들은 (사)남해가천마을다랑이논보존회를 결성하여 보존과 활용을 위한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오래전 남해 가천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리 잡은 모둠살이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하여 다랑이논을 조성하였고, 우리는 그 덕에 뛰어난 조망과 경관을 선물받았으니 보존에 대해 함께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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