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집 - 올뱅이 해장국

된장국. 진하고 구수한 그 향은 손을 타야 제 맛이 난다. 모두의 손 맛이 다르듯 된장국의 맛도 다르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넣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멸치 육수를 낸 후 된장과 야채를 넣는다. 보다 특이한 맛을 내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다.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된장국의 맛은 확 달라진다.

알싸하고 시원한 맛을 내고 싶다면 `올뱅이`가 제격이다. 민물에서 사는 이 고둥은 마을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표준어로 다슬기, 충남에서는 올갱이, 충북은 올뱅이라고 부르는 등 이름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있다. 특히 된장국을 시원한 해장국으로 변신시킨다.

영동읍 계산리의 `뒷골집`은 영동 올뱅이 해장국의 원조다. 81년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뒷골집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맛을 굳게 지키고 있다. 올뱅이는 영동에서 잡히는 것만 쓴다.영동의 맑은 물에서 잡히는 올뱅이는 통통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반면 중국산 올뱅이는 씨알이 작을 뿐 아니라 질기고 텁텁한 맛이 난다.

뒷골집의 류명자(67)사장은 올뱅이국의 기억 때문에 식당을 차렸다. 어린 시절 고무신에 올뱅이를 한가득 담아와 된장국에 넣고 끓여먹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가끔 어지럼증이 생기면 올뱅이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올뱅이에 피를 맑게 하고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원조의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해장국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친다. 요리 방법도 간단하다. 깨끗하게 손질한 올뱅이는 된장을 풀어 한소끔 푹 끓인다. 끓인 국물은 육수로 사용한다.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 단지 좋은 올뱅이와 된장만을 사용할 뿐이다. 잘 끓었다면 올뱅이를 체로 걸러낸 후 파와 어린 배추 등을 넣고 다시 한 번 더 끓인다. 겨울은 시금치, 여름은 부추 등을 넣어 향을 배가 시킨다. 마지막으로 껍데기를 깐 올뱅이를 잘 끓인 국 위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해장국은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맛이지만 한 입 먹으면 놀랄 수밖에 없다. 진하지만 깔끔한 국물을 떠 먹으면 올뱅이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실한 올뱅이 알맹이는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쓴맛이 강할 것 같지만 쓰지도, 역하지도 않다. 오히려 쌉쌀한 그 맛에 중독될 수준이다. 한 숟갈 떠서 잘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새콤달콤하면서도 깔끔하다. 정신 없이 먹다 보면 한 그릇 비우는 것은 순식간이다.

류 사장은 "올뱅이는 민물에서 살기 때문에 물비린내를 잡기 위해서라도 꼭 된장을 풀어야 한다"며 "영동 맑은 물에서 잡히는 신선한 올뱅이를 사용하니 맛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7시. 둘째 주 화요일 휴무(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541-6) ☎043(744)0505 △올뱅이국밥 7000원, 특 1만원 △올뱅이 한접시 1만원 △깐올뱅이 7000원 △올뱅이무침 2만원 △올뱅이전골 3만 5000원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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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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