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줄자 인위적인 늘리기 나서 주민등록 이전·귀농귀촌인 유치 아랫돌 빼 윗돌 괴기 부작용 속출 멀리 보고 출산 장려 더 힘써야 "

지방자치단체 특히 농어촌 지자체들이 자기 지역 인구 늘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시행하는 기발한 정책들이 애처롭기 까지 하다. 아이를 많이 낳도록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에 나서는가 하면 임산부에 영양제를 지급하고 출산후에는 도우미를 보내 산후조리를 도우며 출산횟수에 따라 출산장려금도 달리 주고 있다. 귀농·귀촌 하려는 퇴직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창업자금·주택자금 융자에 거주할 집의 수리비, 농지 매매 때 취득·등록세는 물론 농기계 구입비까지 지원해주고 일정기간 머물며 농사와 농촌생활을 체험, 적응할 수 있도록 `시골살이 체험캠프`도 마련해 놓았다.

대학이나 군부대, 기업체가 있는 지자체는 학생이나 군 간부, 사원들을 대상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도록 눈물겹게 호소하기도 한다. 이 결과 충남 청양군은 2013년 60여명, 2014년 160명의 인구증가를 이뤄내 1960년대 이후 줄기만 하던 인구가 50여년만에 2년 연속 증가세로 반전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자랑하고 충북 영동군은 지난 한해에만 874가구 1414명의 귀농·귀촌인을 유치해 자신들의 귀농·귀촌 정책이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인구가 늘면 지자체의 조직과 인원도 커지고 각종 사업 여건이 개선되며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인구가 줄면 지자체 조직이 축소되고 국고보조금이 감소하며 각종 개발사업과 예산 배정 등에서 `찬밥 신세`가 돼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성장 동력을 잃어 주민 삶의 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 헌법불합치 결정도 인구유치에 나서는 큰 요인이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다른 시군과 통합되면 지역 대표성이 약해지고 이러면 지역 개발을 위한 예산 따내기 등에서 절대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어떻게 인구를 유지하고 늘리느냐에 경쟁력을 확보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느냐 쇠락의 길로 가느냐가 달려 있고 국회의원 선거구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람 1명이 논 열 마지기보다 더 값어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이처럼 인구 늘리기가 `발등의 불`이 된 지자체들이 `내 밥그릇부터 챙기기`식 유인책을 쓰다 보니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등록 이전은 `위장전입`을 부른다. 공무원들은 인사상 불이익 등 압력 때문에, 기업체는 인·허가권을 쥐고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 살면서 주민등록만 옮긴다고 당사자들이 실토한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자체 집계결과 공무원 5명 중 1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외지에 살면서 주민등록만 옥천으로 옮겼고 영동군은 전 공무원이 관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어 서류상으로는 외지에서 출퇴근 하는 공무원이 한명도 없는 진기록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법을 준수해야 할 공공기관이 불법을 조장하고 헌법에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제한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귀농·귀촌인 유치를 위해 지원하는 정착금 등도 토박이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자치단체들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귀농·귀촌인을 유치하는 것은 선심성이자 예산낭비이고 위화감만 조장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많은 자연증가율이 높아야 인구가 증가하는데 자연증가율이 낮은 우리 현실에서 유치를 통한 인구 늘리기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해 성공적인 인구증가책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못해 결혼이 늦고 출산·육아·교육 부담과 가치관 변화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아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이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판에 농촌 지자체에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는다는 얘기다. 지자체 인구 늘리기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일시적 대책보다 마음만큼 빨리 되지 않더라도 좀더 멀리 보고 지역내 교육 및 의료 등 생활여건 개선이나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도록 출산·육아 환경 개선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출산율 높이기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이강식 지방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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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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