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복은 인간의 미의식이 반영된 것으로서 인간의 내면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든 인간의 마음 근저에는 무의식적으로 성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인간은 의복을 통해서 성에 관한 기본 욕망을 추구하고 있다. 인간은 신체를 노출하고 과시하여 관심을 끌려는 것과 나체를 가림으로써 정숙성을 가능케 해주는 동시에 숨겨진 부분을 상징하거나 주의를 모음으로써 성적 흥미를 일으키려는 두 가지 상반된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성적 욕구를 의복에 표현하여 복식미를 형성하였으며 복식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을 이해하는 것은 패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스터마크(Westermark)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바탕으로 `성감대 이동설(the theory of the shifting erogenous zone)`을 주장하였다. 이를테면 여성의 신체는 어떠한 부위라도 이성에게 매혹적이며, 여성의 의상은 시대별로 성감대 부위에 따라 강조점이 옮아간다는 이론이다.

즉 유행의 변화는 에로틱한 부위의 이동으로 시대에 따라 여성의 허리, 다리, 가슴, 배꼽, 등, 엉덩이, 팔다리와 같은 부위가 강조된 의상이 유행한다. 이러한 강조 부위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다시 다른 부위를 강조하는 디자인의 의상으로 유행이 바뀌어간다. 여성의 성감대는 신체의 여러 부분에 퍼져 있는 반면, 남성의 성감대는 주로 생식기 주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성감대의 차이로 인해 여성 패션이 남성 패션보다 더 빠르게 변화한다.

에로티시즘의 의미도 시대에 따라서 변화되어 과거에는 은근하고 암시적으로 표현되었던 것이 현대에는 더욱 직접적이며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에로틱한 의복을 착용하는 목적은 자신에게는 성적 매력을 더해주고, 이성에게는 성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동성에게는 성적 경쟁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로티시즘을 패션에 표현해 온 방법으로 노출, 밀착, 틈새, 소재, 투시(see-through), 무늬의 사용, 상징 등을 들 수 있다.

의복의 역사를 통하여 볼 때 어느 시대이건 몸의 일부분이 노출되지 않았던 때는 없다. 각 시대마다 인간은 어깨를 드러내거나 가슴, 히프, 허리, 다리 등을 노출시킴으로써 에로티시즘을 표현하여 왔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서 노출 부위가 다르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 프루겔(Flugel)은 "복장은 성차 자체를 강하게 하려는 욕망, 즉 성적 열정을 좀 더 용이하고 빈번하고 환기시키려는 목적이 있으며, 이에 유행은 성감대의 이동에 따라 변해 온 것"이라고 하였다.

현대에 와서도 인체의 성의 상징이 되는 부분을 노출로써 표현하여 에로티시즘을 자극하고 있으며, 여성의 패션은 남성의 의복보다 더 노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대담하게 가슴을 노출하거나 과감하게 등이나 어깨를 드러낸 모습, 또는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통해 다리 선이 노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복식의 소재 역시 에로티시즘 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식의 소재는 제2의 피부로서 입은 사람의 성적 매력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어질 수 있다. 각각의 복식 소재는 서로 상이한 특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에로티시즘을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소재의 촉감이 매끄러운가, 양모인가, 거친가 부드러운가, 얇은가 두꺼운가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은 각각 다르다. 특히 질감의 경우, 부드럽고 매끄러울수록 에로틱해지며 반짝거릴 때 가장 강렬해진다. 가죽은 대부분의 경우 신체에 꽉 끼는 옷으로 재단하여 몸의 선을 그대로 드러내며 동물의 껍질로서 사람의 피부를 직접 연상시켜 보다 에로틱하게 표현할 수 있다.

박길순 충남대 의류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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