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업들 원하는 기술 확보 어려워 금액 한도 상향 등 기존 제도 개선 필요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R&D 바우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부처와 산하 연구기관, 관리기관이 R&D를 주도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기술상용화의 주체인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고, 기술거래 현장에서 `을(乙)`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면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서 생길 수 있는 도덕적 해이도 예방할 수 있다.

바우처제도는 상품권처럼 정해진 금액만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기술혁신 R&D 바우처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연구기관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구입하기 보다 자신들이 보유한 바우처를 이용해 원하는 기술개발을 요구하는 것이 더 용이해 질 전망이다.

14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정부부처나 청이 시행하고 있는 바우처 사업은 지난 2013년 기준 7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영유아보육료 바우처나 교육부의 유아학비지원 사업 등이 총 6조 원을 차지하는 등 대부분 영유아 보육사업에 해당한다. 기술혁신과 관련된 바우처 사업은 중소기업청의 `연구장비 공동활용 지원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소·중견기업 공통기반기술 활용 지원사업` 등 두 가지다. 연구장비 공동활용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이 정부 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장비를 사용하고 싶을 때 이용료를 지원해주는 제도로 최대 지원 금액이 50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중견기업 공통기반기술 활용 지원사업의 경우 공급자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돼 수요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시행 준비되고 있는 기술사업화 바우처는 기술상용화 이전에 적용되는 수준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기술사업화를 통해 실업난을 해소하는 등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혁신 바우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 혁신바우처는 전통산업군에 속한 중소기업이 혁신 및 창조산업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노르웨이의 `그린 컨서브(Green ConServe)` 바우처는 건설산업 분야에서 녹색서비스를 도입할 때 기술이나 비즈니스 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다. STEPI 관계자는 "국내 기술혁신 관련 바우처 제도의 경우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 수요 기업에게는 의사 결정 권한이 거의 없어 실질적인 혁신 바우처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연구성과를 확산시키고 기술사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R&D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바우처금액의 한도를 늘리는 등 기존 R&D 투자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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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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