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6 대전 전민동 기품-두텁떡

이번 설 명절때 두텁떡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멋지게 꾸며진 상자를 열고 보니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두텁떡과는 상당히 다른 떡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선 찹쌀경단처럼 동글동글했고, 거피(去皮)한 팥과 호두, 잣 등 견과류가 섞여 있는 소는 단맛이 강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떡을 감싸고 있는 고물이 코코넛 가루였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궁중떡인 두텁떡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찹쌀떡도 아니었고, 일본 모찌도 아니었다. 국적불명의 떡이 두텁떡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중에 팔리고 있는 것이었다.

기자가 두텁떡을 알게 된 것은 10여넌 전이다. 김치를 취재하러 갔다가 우연히 두텁떡을 맛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떡을 먹는 순간 입 안에 은은한 유자향이 감돌았다. 마치 봉우리처럼 생긴 떡의 모양새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떡에서 향이 나는 게 새로웠다. 그 때 두텁떡을 알려준 떡명인이 차린 떡전문점이 바로 유성구 전민동에 위치한 기품(대표 선명숙)이다.

이 집 두텁떡의 모양새는 볼품없다. 아무리 예쁘게 만들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손으로 비벼서 동그랗게 만드는 게 아니라 켜켜이 쌓는 방식이다 보니 떡이 예쁠래야 예쁠 수가 없는 것이다. 두텁떡은 5층으로 이루어진 떡이다. 고운 채에 내린 거피한 찐 팥에다 간장과 꿀을 섞은 뒤 볶아 만든 고물을 한 수저 깔고, 그 위에 유자, 밤, 대추, 잣, 호두 등 견과류로 만든 소를 올린다. 소 위에는 꿀과 간장으로 버무려진 찹쌀가루를 두 켜 올린 뒤 마지막으로 고물을 맨 위에 올린 뒤 25분을 쪄야 두텁떡이 완성된다.

두텁떡은 찹쌀경단처럼 쫄깃한 식감이 없다. 마치 오븐에 잘 구운 치즈처럼 한 입 베어 물면 죽 늘어난다. 견과류로 만든 소도 단맛이 별로 강하지 않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유자의 향긋한 냄새가 어우러질 뿐이다. 두텁떡의 끝맛은 색다르다. 약간 짭조름한 맛도 나고 향도 감돈다. 미각이 뛰어난 식객도 그 재료가 뭔 지 쉽게 알아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떡들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대신 두텁떡은 간장이 그 역할을 한다. 떡에 유자가 들어가는 것도 신기한데 간장까지 들어간다니.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떡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가 보다.

떡명인이 낸 떡전문점 답게 이 집의 떡들은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 품고 있다. 설기떡은 호박과 자색고구마로 색깔을 낸다. 산딸꽃, 호박, 나뭇잎 모양의 앙증맞은 수제송편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수제송편은 지난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올려졌던 떡으로도 유명하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오미자차와 대추차도 떡의 기품과 풍미를 돋운다.

△주소: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297-11

△전화번호:042-863-6767

△메뉴:두텁떡(개당 3000원), 설기떡(개당 1000원), 수제송편(개당 1000-3000원)

△테이블:4인용 5개

△주차장:전용주차장이 없지만 도로변 이면주차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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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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