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한 세계 에너지 판도의 변화는 셰일가스 혁명이라 여겨지고 있다. 특히 유가의 하락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지형을 바꾸며 새로운 국제 정세를 조성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오랜 세월 동안 모래와 진흙이 쌓여 굳은 퇴적암(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를 말한다. 셰일가스의 채굴 시 70-90%를 차지하는 주성분 메탄 외에도 에탄과 프로판을 포함한 NGL(Natural Gas Liquids), 초경질유도 같이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북미대륙과 호주, 중국 등에 대량 분포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인 매장량은 187조 4000억㎥로 전 세계가 59년 동안 사용 가능한 물량이다. 잠재 매장량은 약 635조㎥로 200년 동안 사용 가능한 물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채굴 기술이 부족해 매장되어 있다가 미국에서 수평시추법(Horizontal drilling)과 수압파쇄법(Hydraulic fracturing)을 이용한 셰일가스의 채굴 기술이 발전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가스 공급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의 유가 하락 상황은 셰일 혁명에 의한 유·가스의 공급 과잉이 근본 이유이며 국내 화학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 또한 셰일가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미 지역에서의 셰일가스 공급은 천연가스와 NGL(천연가스액) 가격을 석유 원료에 비해 낮게 유지시켜 이제는 많은 글로벌 화학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진출하고 있다. 국내의 대기업도 미국에서 에탄가스를 분해하기 위한 `에탄크래커(EC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의 에탄 생산이 과잉이기 때문에 이를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올해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은 국가주력산업으로 2013년에 자동차산업에 이어 수출 2위를 차지하는 산업이 됐다. 그러나 북미 대륙의 셰일 혁명이 에너지 및 화학산업에 영향을 미친 이후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나프타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은 셰일가스 생산 시 부산물인 에탄을 기반으로 하는 가스화학 대비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 물론, 석유화학산업 위기의 원인은 셰일가스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가 있다. 원유 생산 국가들에서의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에의 시설 투자 확대, 중국의 석탄화학 대두 및 중국의 자급률 확대에 의한 중국 수출시장의 축소, 최근의 저유가 상황 등으로 한국의 석유화학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태이다. 특히 2014년 하반기의 유가의 급속한 하락은 석유화학 제품의 이윤 폭을 축소시켜 많은 정유 및 석유화학 회사들의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그렇다면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자원이 없는 나라의 해답은 바로 기술력에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은 빠른 시일 내에 양적인 성장을 이뤄 주력산업이 된 것은 사실이나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메탄을 합성석유 및 화학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촉매 및 화학공정 기술의 개발이 한 예가 될 것이다. 메탄은 셰일가스의 주성분이지만 부산물인 경질유보다 가치가 낮아 잉여 시 태워버리고 있어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데 이를 화학적으로 전환하여 부가가치를 높여 사업성을 보완한다면 환경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석유화학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산업을 육성하는 것 또한 국내 화학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 전쟁에서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산학연이 협력하여 미래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 정부출연연이 원천기술 개발의 소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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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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