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게 종교 일부 교주 신격화 순수성 상실 비도덕적 행태 노골적 정당화 개인·가정·사회 파탄 막아야 "

종교와 도덕의 관계를 논할 때 사람들의 도덕성을 위해 종교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가 종종 대두된다. 2011-2013년 기간에 미국 유명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The Pew Research Center)와 프린스턴 조사연구소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개 국가의 18세 이상 국민 4만 80명을 대상으로 종교와 도덕의 관련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했는데 40개국 중 22개 국가에서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한국 사람들은 54%가 도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종교가 필요하다고 대답을 했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종교와 도덕의 관계를 논할 때 도덕성을 위해 과연 종교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보다는 오히려 종교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사이비(似而非)라고 언급되는 하등종교들의 다수가 교주의 신격화 혹은 절대 권력화, 광신(狂信)과 폭력 등의 도덕적 결함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도덕성을 상실한 종교는 무서운 광기(狂氣)를 발산하여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파괴하곤 한다. 심지어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같은 고등종교의 성직자나 신자들에게서도 비도덕적인 문제들이 발생되어 안타깝고 부끄럽기도 한 경우도 있다.

성경에 따르면 사람은 그 누구도 도덕적으로 완전하고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의 마음에 있는 죄성의 작동으로 인해 살아가는 동안 죄를 전혀 짓지 않거나 허물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로마서 3장 10-12절, 시편 14편 1-3절).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행위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갈라디아서 2장 16절).

기독교는 행위구원론(行爲救援論)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행위무용론(行爲無用論)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고 구원받은 사람은 믿음과 은혜만을 내세우며 부도덕하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덕적 행위가 구원을 받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사람은 도덕적인 삶을 힘씀으로써 사람들에게 덕을 세우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마태복음 5장 13-16절).

기독교는 구약시대의 모든 율법들을 지금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약의 도덕법인 십계명은 기독교인이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존중하고 준수해야 할 도덕법으로서 지금도 유효하다. 예수님께서도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십계명을 부정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십계명 율법의 정신이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셨다(마태복음 22장 37-40절). 그러므로 예수님의 제자로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함으로써 그가 존재하는 가정과 사회가 도덕적인 공동체가 되는 데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기독교가 아닐지라도 어떤 종교가 고등종교라고 주장하려면 비록 신관(神觀)이나 내세관(來世觀)에 대해서는 각기 고유한 견해를 가지더라도 종교의 교리(敎理)와 가르침의 실제(實際)에서 도덕적인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 도덕적인 것인가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사안(事案)에 따라 도덕적 가치가 합의되지 않고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이웃들과 함께 사는 사회생활에서 개인과 가정,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비도덕적인 행태(行態)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이름으로 교주가 신격화되어 사람이 사람을 숭배하는 일,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포교하는 일, 자신의 종교를 위하여 폭력을 정당화하며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파괴하는 일련의 행태는 반드시 금해져야 한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어야 할 종교가 비도덕화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 종교는 멈추지 않는 폭탄 열차가 되어 달리는 형국(形局)이 되고 말 것이다. 비록 종교와 도덕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종교에서 도덕적인 면이 대단히 소중하게 다루어지고 강조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규현 대전과기대 교목실장 혜천기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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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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