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댄 길로이 감독 나이트 크롤러

특종이 될 만한 사건이나 사고의 현장을 재빨리 카메라에 담아 TV 매체에 고가에 팔아넘기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나이트 크롤러`.

영화는 자신의 성공과 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생명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나이트 크롤러`의 모습을 통해 도덕성과 사회성을 상실한 인간과 제 기능을 상실한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바탕에 있는 자본주의가 말하는 성공의 천박함을 조명한다.

주인공인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은 철조망이나 맨홀 뚜껑 등을 팔아 연명하는 좀도둑이다. 구직을 간절히 원하지만 특별한 기술은 물론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그에게는 무급 인턴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과 성공에 대한 집착은 누구보다 강했던 루이스의 앞에 우연히 묘한 일자리가 눈에 띈다.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전화를 통해 가격을 흥정하는 `나이트 크롤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서 묘한 돈 냄새를 맡은 루이스는 훔친 자전거를 팔아 작은 캠코더와 무선 감청기를 구입하고 사건현장에 뛰어든다.

시행착오를 겪던 초보 `나이트크롤러` 루이스는 유혈이 난무하는 끔찍한 사고 현장을 적나라하게 촬영해 첫 거래에 성공하고, 이후 남다른 감각으로 지역채널의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매번 더욱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를 원하는 니나와 그 이상을 충족 시켜주는 루이스는 최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한다.

자신이 촬영한 영상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며 더 큰 성공을 꿈꾸기 시작한 루이스는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도 모자라 완벽한 특종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본 레거시`와 `리얼스틸`의 시나리오를 쓴 댄 길로이는 연출 데뷔작인 `나이트 크롤러`를 통해 언론과 성공에 더욱 집착하는 현대인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범죄를 다룬 일반적인 스릴러들과는 다르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과 액션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인 스릴러와 다르게 `사회고발`이라는 겉옷이 더해졌다. 로스앤젤레스라는 장소와 `나이트크롤러`라는 직업은 생소하지만 우리나라 언론 현실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더 암울하면서 동시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루이스는 무슨 일이든 금세 배운다던 자신의 말처럼 빠른 시간 안에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에 적응한다. 피범벅 된 운전자들이 널브러진 사고 현장에서 기쁨을 감추지 않고, 피해자와 눈이 마주쳐도 촬영에만 몰두한다. 루이스의 촬영본을 구입하는 보도국장 니나 역시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시청률 `꼴찌` 방송국의 계약직 `야간` 보도국장인 니나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영상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에게 `언론 윤리`와 `법적 책임`을 운운하며 자제를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만 중시하는 시스템 속에서 묵살되기 일쑤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루이스의 촬영은 더 거침 없어진다. 시작은 사소했다. 화면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넘고 사진의 위치를 바꿨지만 별다른 제재가 따르지 않았고, 이는 현장의 시신의 옮기고, 생생한 화면을 위해 사건 자체를 조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성공과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루이스의 소시오패스적 성향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목표를 위한 발판으로 우연히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을 택했을 뿐이다. 영화가 비판하는 화살이 유별난 괴물이 아니라 그를 만들어낸 언론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소시오패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도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를 위해 15㎏을 감량한 질렌할은 시종일관 궤변을 늘어놓는 사회부적응자의 날선 모습을 살려내며 루이스의 모습을 어떤 악역보다 섬뜩하게 풀어낸다. 다만, 주인공 루이스를 강조하기 위해 포기한 리얼리티는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루이스를 위해 선택한 경찰들의 무능력한 모습과 CCTV 한 대 없는 고급 주택가의 설정, 루이스와 범인이 펼치는 마지막 추격씬은 관객들의 공감 얻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설정으로 보인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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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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