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 5 조치원 분당 일품국수-제육보쌈

과식했다 싶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서 몸이 힐링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에이 과장도 심하네"라고 말할 지 모르겠다.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에 위치한 분당일품국수(대표 박선옥)가 바로 그런 집이다. 가게 이름만 봐서는 국수전문점인 듯 보이지만 식객들 사이에 손맛이 살아있는 맛집으로 소문났다.

사실 이 집은 특별한 메뉴를 선택하기 보다는 "사장님이 알아서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훨씬 맛있게 먹는 법이다. 그날 그날 주인장이 내놓고 싶은 음식들은 맛이 살아서 입 안에서 춤을 춘다. 굳이 단품메뉴를 꼽자면 제육쌈밥을 추천하고 싶다. "국수전문점에서 제육쌈밥을 해봤자 얼마나 잘하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육쌈밥의 구성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돼지 앞다리살에 고추장과 각종 앙념장을 섞어 구운 돼지불고기(제육)에 나물류 몇 가지, 쌈용 채소, 그리고 된장국이 전부다. 1인분에 1만원 짜리 메뉴치고는 단출하다 못해 소소한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음식 제대로 하는 집이네" "집 주변에 이런 음식점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공조미료를 한 톨도 넣지 않기에 모든 음식이 깔끔하다.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맛이 심심하기 마련인데 이 집의 음식들은 감칠맛까지 뛰어나다. 앞다리살로 만든 돼지불고기는 쫄깃함과 고소함이 살아 있다. 철마다 바뀌는 나물도 재료가 갖고 있는 본래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 양념도 까나리액젓, 간장, 고추씨, 소금이 전부다. 요즘 제철인 봄동을 된장에 살짝 버무려 조물락조물락 한 봄동나물은 그야말로 봄이 벌써 입안에 찾아왔다. 전남 여수에서 직접 공수한 갓으로 직접 담근 갓김치는 진한 남도의 향기가 묻어난다. 양념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손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 집 된장국 맛을 보면 주인장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황태머리, 황태껍질, 청어, 멸치 등 15가지 재료를 넣어 푹 우려된 육수에 쌀뜨물을 넣고 시래기와 봄동, 그리고 적당량의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만든 된장국은 정말 일품이다. 쌈용으로 나온 봄동에 된장을 한 번 푹 찍어 맛봐라. 어찌 된장이 이렇게 짜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는 지 신기할 따름이다.

애호박새우전에서도 이 집 주인장의 거침없는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먹기 좋게 채 썬 애호박에 건새우를 갈아 넣었는데 그 궁합이 환상적이다. 새우 특유의 향과 씹었을 때의 고소함과 바삭함이 다른 곳에서 먹었던 호박전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게다가 고추씨까지 곁들여 느끼함은 온데 간데 없고 칼칼함과 깔끔함만이 남는다.

△주소: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357-4

△전화:044-866-6820

△메뉴:제육쌈밥(1인당 1만원), 애호박새우전(1만2000원), 홍어삼합(5만원大)

△테이블:4인용 테이블 7개

△영업시간:오전11시-오후9시(일요일 또는 월요일 휴업)

△팁:주인장 혼자 요리와 서비스를 하기에 하루 이틀 전 쯤 예약을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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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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