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의 공식행사장에서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대사가 끔찍한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어제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 참석중 반미좌파 성향의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에게 공격을 당해 선혈이 낭자한 채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에 애정을 갖고 한국민에게 다가가고자 노력을 해 온 리퍼트 대사에게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더 안타깝다.

범행을 저지른 김 대표는 `테러 요주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경찰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져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화상을 입기도 했다. 행사 특성상 초청자에 대한 테러가 언제든지 발생할 여지가 있었는데도 경찰과 주최 측은 이에 대한 사전대처를 소홀, 결국 외교사절이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경찰은 뒤늦게 주한 외교사절과 공관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다름없다.

한 국가의 특명전권대사는 대통령을 대신해서 파견 나온 사람이다. 따라서 리퍼트 대사는 미국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대사관이나 대사에 대한 테러는 최악의 경우 전쟁을 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 테러는 한국 외교를 곤경에 빠뜨리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킨 심각한 범죄다. 9·11 테러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의 테러 공포를 한층 자극하게 될 수도 있다. 자칫 미국내 반한 감정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사건은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극단주의자`의 개인 범죄이기 때문에 한·미 양국 동맹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에게 우호관계를 재확인시켜줘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정부의 대미협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당장 사드(THAAD·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미국의 요구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 등 국익을 고려한 입장을 취하기가 더 힘들어지게 됐다. 게다가 일본 언론은 김 씨가 독도관련 단체 대표라는 점을 들어 마치 웬디 셔먼 차관의 일본 편향 발언과 이 사건이 관련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도 우려스럽다. 자칫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의 외교관계가 엉뚱한 방향으로 꼬일 수 있다. 정부는 철저하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통해 한미동맹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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