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360도로 회전하는 거대한 무대세트, 로코코 시대를 재현한 우아하고 눈부신 의상, 뮤지컬 디바 옥주현, 차지연 등 40여명의 출연 배우.

지난 28일 오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마디로 눈이 즐겁고 귀가 호강한 뮤지컬이었다. 공연은 단 이틀(3월 1일까지)이었지만 무대 세트 설치만 5일이 걸렸다. 그만큼 보여줄 게 많았다는 의미다.

`마리`의 불안정하고 위험한 인생을 비스듬하게 표현한 무대 세트는 시종일관 회전하고, 전진하고, 후퇴하며 3시간 동안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호화 찬란한 의상으로 시작해 마리가 심경의 변화를 겪을때마다 바뀌는 의상도 쏠쏠한 즐거움을 안겼다. 명장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은 아름답고 비극적인 선율로 마리의 인생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내 순간순간 전율을 느끼게 했다.

연기자들도 제 몫을 해줬다. 1막에서 불분명한 발음과 `째지는 소리`로 아쉬움을 줬던 옥주현(마리 앙투아네트 역)은 2막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고, 차지연(마그리드 아르노 역)은 평등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질투심 등을 적절히 연기하며 수차례 소름을 돋게 했다. 주연 배우들도 공연을 마친 후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관객의 환호에 화답했다.

하지만, 감동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릇된 역사인식으로 표현된 장면이나 개연성 없는 스토리는 극이 전개될수록 몰입을 방해했다. 프랑스 혁명이 마치 오를레앙 공작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처럼 돈으로 산 민중이 베르사이유 궁전을 습격한 장면이나, 혁명이 `굶주린 폭도들의 난동`처럼 표현된 장면이 대표적이다. 온실속의 화초로 자란 마리를 단두대에 올라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으로 풀어내려다 보니 지나치게 역사를 왜곡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막장드라마식의 설정도 옥에 티였다. `마리`와 `마그리드`가 동시에 부른 `자장가`를 통해 둘의 관계가 자매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나, 재판장에서 삶을 포기해버린 듯한 마리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녀를 보호에 나선 장면 역시 허탈감을 안겨줬다. 호사를 누리던 귀족 오를레앙 공작이 갑자기 혁명을 주도하며 시민의 편에 서는 행보 역시 뜬금없이 느껴진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양하고, 맛있는 뷔페처럼 화려한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맛까지 충족된 잔칫상은 아니었단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