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4월, "무슨 일에서든 인민의 대변자가 되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백성에 알리고…"라는 창간 정신을 밝힌 `독립신문`이 창간됐다. 그로부터 2개월 후 1896년 6월에 독립협회(獨立協會)가 창립되었고, 1898년 12월에 해산될 때까지 근대적 시민운동을 주도하였다. 1896년 11월부터 1897년 8월까지 독립협회가 발행한 `대조선독립협회회보(등록문화재 제512호)`는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잡지로서 근대문명과 과학지식을 폭넓게 소개하였다.

대한제국기의 유물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가운데 이들 문헌자료는 역사적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협회 관련 유물이 있으니 `대한국독립협회지장(大韓國獨立協會之章)`이다.

2013년에 등록문화재(제548호)가 된 이 인장은 독립협회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회양목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높이 4.0㎝, 지름 3.6㎝ 크기에 잡이 쪽에 작은 굽을 두었고, 글자면의 위를 표하기 위해 반달 모양을 도장 허리에 팠다. 여기에 도장의 `大`자 새겨진 면 위쪽에 둥그런 점을 새겨 사용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졌다. 도장 가운데에 `대한국`을 상징하는 태극 모양이 음·양각으로 둥글게 새겨져 있고, 그 둘레에 `大韓國獨立協會之章`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대한제국을 흔히 `한국`, 또는 `대한국`이라 약칭하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인장에도 `대한제국`을 일컫는 `대한국`이라고 새긴 것이다.

1897년 10월 12일에 대한제국이 성립된 이듬해에 제작된 이 인장은 독립협회가 활동한 전 기간 동안 사용되었다. 독립협회 이름으로 황실에 보내는 공문이나 외국공사관, 여러 민간단체 등 각종 문서에 사용되었지만 그동안 알려진 바가 없었다. 1896년 독립협회 창립 후 회장을 역임한 윤치호(1864-1945)가 소장하였던 것을 아들 윤영선이 1967년에 연세대학교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독립협회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역할을 생각할 때 독립협회 인장은 자주독립, 자주국권, 자유민권이라는 정신유산을 담고 있는 자료적 가치가 높다. 독립협회에서 사용하던 인장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大韓國獨立協會之章`을 통해 새삼 독립운동의 숭고함을 되새겨 본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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