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소장품 구입 예산 3억 동결…인지도 높은 작가 작품 엄두 못내

대전시립미술관이 올해로 개관 17년째를 맞았지만 미술관을 대표할 만한 대표작을 확보하지 못해 전국 5대 시립미술관의 명성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해마다 소장 작품 수집은 이뤄지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미술관 위상에 걸맞은 작품 구입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탓이다.

2일 대전시립미술관에 따르면 1998년 개관 이후 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총 1162점에 달한다. 소장품 중에서는 작고작가 백남준의 `비정수의 거북선`을 비롯해 육태진의 `유령상자` 등 희귀·희소 가치를 지닌 작품이 한 두점 있지만, 인지도 높은 작가의 대표작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작고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한국화의 대가로 불리는 공주출신 이상범이나 아산출신 서양화가 이마동 등의 작품은 단 한점도 소장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작가의 작품 구입비는 최소 수 백만원에서 수 억원에 달하지만 대전시립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이 지난 16년동안 3억원으로 동결돼 작품 구입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전시립미술관은 작품 구입시 흥정을 통해 작품가를 낮추는데 급급하며,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장품 전시도 1년에 2-3회를 여는데 불과한 상황이다. 미술관 설립 당시 설계된 상설 전시장은 어린이교육관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일쑤다.

반면 타시도 미술관은 해마다 소장품 구입 예산을 증액시키며 대전시립미술관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전과 동시에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의 경우 개관당시 3억원으로 시작해 올해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대구미술관과 광주미술관은 전년보다 1억, 1억 4000만원 인상된 16억원, 8억4000만원의 예산으로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품 구입에 열을 올리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미술관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상설 전시관을 운영하며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미술전문가들은 양질의 소장품 확보로 시민들의 문화향상 증대 및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희귀·희소의 가치성을 지닌 소장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예산 증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류병학 미술평론가는 "대전시립미술관이 개관한지 20여년이 다 돼가는데도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며 "지역 미술사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문화예술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전국 5대 미술관 위상에 걸맞은 예산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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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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