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하거나 구직탓 불참자 많아 썰렁

새 학기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 학과 사무실마다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이 넘쳐나고 있다. 취업문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좁아지면서 졸업생들이 졸업식 참석은 물론 졸업장 마저 챙겨가지 않기 때문이다.

2일 대전권 대학의 한 학과사무실을 방문해 보니 한 쪽 책상에 졸업장이 30여개 쌓여 있었다. 그 중에는 5년이 지난 졸업장도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해가 갈수록 찾아가지 않는 졸업장이 늘고 있다"면서 "졸업 후 취업지원 시 졸업장(학위수여증)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졸업장을 출력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졸업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각 대학마다 졸업식 참석 인원도 급감추세를 보이고 있다.

충남대 내 한 학과의 경우 졸업생 34명 중 졸업식에 참석한 인원은 전체의 절반인 17명에 불과했다. 한남대 내 한 학과도 졸업식 날 졸업생 39명 중 20명만 참석했다.

졸업생 안모(26)씨는 "졸업식 시간이 어학원 수업시간과 겹쳐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3월에 시작되는 상반기 공채를 준비하기 위해서 하루 한 시간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졸업식 불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이 졸업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배재대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졸업앨범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다. 졸업앨범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졸업생이 적으면서 앨범제작사가 제작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배재대 관계자는 "지난 해 졸업앨범제작에 대해 희망자를 조사할 당시 희망자에서는 제작 최소인원이 넘어서 사진촬영이 진행됐지만 실제 앨범비 납부에서 마음이 바뀐 학생들이 많아 앨범제작이 무산됐다"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취업준비로 인해 졸업을 미루거나 졸업식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학생들이 그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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